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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펜터즈 좋아하세요? (1)

라디오일기#7 요즘 클래식을 듣느라 라디오도 잘 안 듣고 글도 안 썼다. 오늘 라디오에서 카펜터즈의 노래를 신청한 한 청취자는 카렌 카펜터를 애도했다. 1983년 33세의 나이에 거식증으로 사망한 카렌.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들의 노래가 플레이되는 한 그건 계속 충격적이고 아픈 사실로 갱신되는구나 싶다. 새로 알게 된 사람이든, 이미 안 사람이든 그 노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카렌 카펜터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남는 이유겠지. 카펜터즈만큼 라디오에 많이 등장하는 가수도 없을 것이다. 오늘은 I need to be in love가 나왔다. 비오는 날엔 rainy days and mondays, 어린이날엔 sing, top of the world, 그리고 아무때나 yesterday once more(..

음악당 주변을 걸으며

어느 흐린 날. 나는 길을 걸으며 춤을 추었다. 남들이 보기엔 기분 좋은 어떤 여자애가 신나게 걷고 있다 정도로 보였겠지만. 멘델스존을 들으며 그때 춤 추며 기뻤던 기분이,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아직 울다 웃는다. 행복하면 원래 약간은 슬프고 그렇다. 앙상블 디토의 공연을 기다리며. 한 여름의 늦은 오후. 서울이 아닌 어떤 동네의 음악당 주변. 비가 와서 선선한 날씨, 내 손엔 커피가 있었고, 콘서트 티켓이 있었다. 멘델스존의 song without words, 말이 없어도 됨.. 대신 춤이 있으니. :) 괜찮은 사진 하나 못 남겼지만. 행복해서 날아가버릴 것만 같던 완벽한 한 날의 오후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공연을 기다리면서.

2017 2017.06.29

특별한 일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 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이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 이규리의 시집 중 "특별한 일". 기도처럼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일에 신비로운 하나를 어떻게든 담아보자니, 내 마음은 바로 이러했다.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내 기도가 무력하..

2017 2017.06.19

여름에 제일 좋은 것 1

"이제 늙었어.. 예전만큼 재밌지가 않다. 뭘 탔다고 멀미가 가라앉지 않는 거지. 그리고 내 인생에 바이킹 가운데 탈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근데 이제 끝에 절대 못타. 에휴에휴" .. 그리고 그 이후. 한 여름 밤의 후룸라이드 단 몇분으로 다 보상받았다. 사진 찍힐 때 하트를 할 거라느니 별 소릴 다 하고 제일 공포스런 표정하고 있는 둘의 모습 보느라 혼이 나갈 정도로 웃은 것까지 더할 나위 없었다. *한여름밤+후룸라이드*

2017 2017.06.18

우울한 봄의 노래

"꿈을 베고 누운 소녀 이마 위에 아지랑이 내려와 흔들리면 혼자서만 머물다 지난 거리에 맨발로 풀린 아이되어" 손지연의 꽃비. 2년 전 봄, 오후에 한 인문학 카페에서 손지연 공연을 했더랬다. 가서 오매불망 꽃비를 기다렸는데 거의 마지막에, 사람들이 요청하니까 부르더라. 봄은 내게 마냥 밝거나 신나지만은 않고 살짝, 우울함이 밀려오는 계절인데, 손지연의 노래들은 그, 살짝, 우울한 내 봄의 정서를 건드린다. 지금 엄연한 여름이지만 초여름은 아직 봄을 기억하기에 늦지 않았다. 난 봄에 대해 할말이 더 남았다.

2017 2017.06.16

solamente una vez

#라디오일기1 첫 라디오일기에 매일 하는 생각을 짧게 끄적이려 한다. 오늘 들은 의 첫 곡은 solamente una vez였다. 오늘은 놓쳤지만 나는 종종 아당의 첫 선곡을 확인한다. 이 클래식음악 프로그램은 첫 곡을 늘 팝에게 준다. 팝페라 혹은 조금 클래식한 팝. 이렇게 포문을 여는 아당만의 방식은 심하게 좋다. 다짜고짜 "클래식!"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산뜻한 아침 노래로 설렘을 뿌린다. 근무시작 시간 9시에 듣지 못해 아쉽지만 괜찮아. 아당의 9시는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p.s. 오늘의 노래는 Luis Miguel의 것. 근데 안드레아 보첼리가 또

어느 멋진 날. one fine day.

완전 심쿵 웃음! 미셸 파이퍼가 환하게 웃자 조지 클루니의 잔잔한 답미소. 내가 이 장면을 얼마나 돌려 봤는데 간만에 봐도 둘한테 또 반해버린다.. 낡은 커피 자판기에 들어있을 법한 장면이 우수수해, 완전 맘에 들게. 갑자기 생각나서 듣는 for the first time. 케니 로긴스가 부른 이 노래는 96년에 개봉한 "어느 멋진 날(one fine day ->한글/영문 타이틀이 둘 다 너무 멋지다고 생각)"의 사운드 트랙이다. 방금 안 사실은 로드 스튜어트의 커버곡이 같은 해에 나온 것이라는데, 그도 이 노래가 엄청 좋았나보다. 바로 꽂혀서 녹음해 버렸다는 거잖아.

업타운걸스(2003) - 감춰지고 존재하는

어린이 로레인은 어른스럽고, 어른 몰리는 철 없다. 극과 극의 둘은 보모와 돌봄 받는 아이의 관계로 만나 끊임 없이 좌충우돌하는데. 어느 날 몰리의 방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 가족 사진을 본 로레인이 묻는다. "언니네 아빠야?" (Is he your dad?) "지금은 아냐." (Was.) 또 다른 장면. 몰리는 보모로서 매일 로레인의 집에 가지만, 그 날은 몰리가 처음으로 로레인의 아빠를 보게 된다. 집의 아주 구석 방, 호흡기에 의존한 채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식물인간 아버지. 놀란 몰리가 묻는다. "너희 아빠야?" (Is he your dad?) "지금은 아냐." (Was.) 대답과 동시에 로레인은 머리에 걸쳤던 선글라스를 쓴다. 로레인의 아빠는 가려지고 감춰진 존재다. 완벽한 엄마의 의도대로 유복한 ..

inspired from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