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 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이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 이규리의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중 "특별한 일".
기도처럼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일에 신비로운 하나를 어떻게든 담아보자니, 내 마음은 바로 이러했다.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내 기도가 무력하지 않기 위한 신비는 경험으로 알았다기 보단, 신앙이 원래 그런 것 같다. 지구 반대편의 모르는 아이를 기억하고 설움 받는 막연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태는 일을 했다고 대단한 무언가가 일어난 적은 결코 없다. 그런데 나는.. 아무 힘도 못쓸 것 같지만 결국에는 결국 결국 그렇게 "아침을 만나는" 것이라고. 나는 가끔 엄청 우울하다. 페인트칠 하는 노동자, 잠수사, 인터넷 수리기사, 비정규직 PD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려니 이 시가 생각나 적는다.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쉬이 보이지 않고, 끝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자리에 있던 누군가로 인해 아침을 맞아왔다고 본다. 누군가의 기도와 같은 노동은 늘 있어 왔으며 이를 기억하기 위해 나는 또 기도라는 신비에 기댄다. 소모적으로 써버리는 외롭다는 말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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