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1

advent

신앙은 나의 가장 여린 모습을 내보이는 일 그래서 12월에, 어지러운 상황이 정리되자 내 여린 모습이 가장 선명해진다. 예수님이 오신다니 비로소 난 팔레스타인과 얼어붙은 쪽방촌, 끝없는 모멸감 속에 사는 사람,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을 생각한다. 오늘의 헨리나우웬 기도처럼 “점점 더 아침이슬에 민감해지고 보슬비에 심령을 열어” 정성스럽게 살고 싶은 한달이다. 딱 이 한달만이라도..

2023 2023.12.03

그리움이 내겐 제일 큰 감정

고등학교 때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그리움 때문에 곤란을 겪을 거라는… 진짜 지금 그러고 있다. 너무너무 곤란해ㅠㅠ 애같고 미치겠다. 나는 그리움만 없으면 사람이 쿨하고 멋있었을 것 같아. 딱 끊지는 못하겠고 소중한 건 얘기해야겠고 아침에 정신도 온전하지 않고 R한테 중언부언해서 너무 창피하다. 메시지를 지우기엔 늦어버려 어쩔 수 없이 냅두긴 했는데. 이게 다 그리움 탓이다. 걔를 그렇게 그리워할 일은 없는데ㅠ 아휴 나야… 어린왕자의 술주정꾼처럼 부끄러워서 맥주를 마시러 온 게지… 술한잔 들어가면 기분 좋아지는 나를 보며, 내 진짜 기분이란 존재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사랑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시편 읽으면 바짝 마음이 괜찮아지고, 와인 한잔 맥주 한잔 하면 없던 자신감 마저 생기는데… 그냥 이게..

2023 2023.11.08

“그저 네가 누릴 인생”

한국 와서 오랜만에 보는 티비 너무 재밌고 완전 유익함. 역시 매체 중 제일은 티비인듯! 대박 천재상자! 기억하고 싶은 두 가지. 오늘 라스에서 전쟁 때 인민군이 된 오빠 이야기 한 배우 김영옥님. 연대에 다니던 오빠는 인민군 치하에 있던 서울에서 끌려갔다, 나중엔 인민군 전적이 있는 자신 때문에 가족이 해를 입을까봐 북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 채 서대문 집 방향을 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는. 이산가족상봉으로 극적으로 만났지만 이후 다시 소식을 알 수 없으시다고. 너무 슬퍼 질질 울었네ㅠ 그리고 지난 주 꼬꼬무에 나온 철수리 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되어 옥살이하던 철수를 구하기 위해 변호사가 된 친구 란코. 란코의 부모님은 가석방 보석금을 위해 집을 담보로 내놓을 정도로 딸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

2023 2023.09.14

그제서야 나는 기억하였다

오늘의 묵상 하느님이 하시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게 아첨꾼 아닌가. 나도 아첨꾼이다. 하느님이 일을 안 하셔서 못 경험하는 게 아니라 내 눈이 어두운 거니까. "그제야 나는 기억하였다. 하느님이 나의 바위이심을. 하느님이 지극히 높으신 나의 구원자이심을." (시 78:35-39) 그리고 오늘 밤 달리기와 산책을 마치고. 시드니에서의 삶은 대체로 버겁다. 그리고 대체로 황홀하다. 두 가지는 늘 공존하지만 지배적인 감정이 바뀔 뿐이다. 오늘은 버겁다고 느낀다. 황홀함에 못내 미련이 남고 말지만, 그만하면 됐다는 말이 들린다. 주님이 하시는 말일까, 내 생각일까. 오늘은 주님과 오래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내가 꾸려가는 인생, 아등바등 살지 않는 나날. 지금..

2023 202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