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9

고마웠어 11월. 안녕.

아름다운 11월이 간다. 매번 이날이 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 한 달을 아껴주지 못했구나 자책을 한다. 몇분 남지 않아 조급한 맘에 아무거나라도 끄적이고 싶어 제네시일기를 폈다. 어머.. 수십년 전 그날 대강절이 시작되는 날이었구나 ㅠㅠ 몇 문장을 인용한다. (p.270-271)오늘 저녁 기도로 대강절이 시작됐다. 대강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하나님의 성육신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기억을 보존함으로써 하나님나라의 성취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대강절이 시의적절하게 역사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을 한층 깊이 기억하며 또한 나를 자유롭게 하셔서 ‘이미 오셨고 장차 오실 그분’이 시간을 완성하실 날을 용기를 가지고 고대하는 기회가 되길 고대한다. 그리고 11월을 보내며 애정하는 조수미님이..

2020 2020.11.30

미스터리 배탈사건

정말 폭풍 같은 요 며칠이었다. 시간은 빨리 가서 내심 좋은데 (그래도 할 일은 똑같잖아 ㅠㅠ)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다.그중 하나는 아닌 밤 중에 배탈 사건이다. 나와 내 친구가 (고맙게도 내 친구도!) 지목한 원인은 서터레스다. 그날 저녁 먹은 건 죽 한그릇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단지 내 내면의 우울감 때문이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이렇게 스트레스 받은 게 저엉말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복통은 너무 뜬금없고 갑자기 찾아왔다. 그 직전에 안 그래도 나는 서러워서 방에 누워 눈물을 훔치던 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간 화장실에서 몇분간의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정신줄을 부여잡고 거실에 나가서 쓰러졌다. 이렇게 쓰러진 건 몇년 전 손가락 마디에 주사맞은 뒤로 처음이었다.가족들이 하얗게 질려..

2020 2020.07.21

어제.

이번 사건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어제 힘들었고 도저히 갈피를 못잡을 줄 알았는데 몇자 끄적여 기억해두기로 한다. 좋은 기억들이 너무 나를 짓눌렀다. 대학교 때 그가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 흩어져있던 진보 인사들이 당을 초월해서 다 나와 그를 지지했고, 그때 만든 캠페인송을 정말 백번은 들었나보다.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학교 복지관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 시절엔 이만큼 정치를 보면서 희망적인 때도 없었다. 나는 아름다운커피에서 알바를 하게 되어 좋았었고 그가 지지하는 모든 가치에 설렜고 그게 곧, 정말 한 때는 온전히 내 지향과도 같았다. 친구들이랑은 그가 쓴 책을 같이 읽었다. 당선 후 여러 실망스러운 것도 많았는데 내 기억은 대체로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에어컨 없는 옥탑방에 사는 게..

2020 2020.07.11

stay strong, I’ll pray

홍콩의 국가보안법이 통과되었단 소식. 아시아에서 아니 세계에서 홍콩을 제일 잘 이해할 것 같은 아니 이해해야 하는 게 한국인데. 조슈아웡은 한국어로까지 트윗을 쓰는데 한국은 침묵한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리는 홍콩을 지지하며 중국을 규탄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 인권보다 경제를 우선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니 너무 안타깝다. 너무너무.God knows more than anyone else. 눈물난다

2020 2020.06.30

쾌청한 날 + 인도생각

어제. 일식이랑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비현실적으로 날이 너무 예뻤다... 지하철 놓쳐서 한동안 플랫폼에 앉아있는데, 일단 바람이 비현실적으로 쾌청했다. 핸드폰 보다가 놓고 바람맞는데 열중했다. 그리고 약속장소인 노량진에 내렸는데, 날이 맑으니 해질녘 온 풍경에 은은히 깃든 노란 빛이 비현실적으로 선명하고 예쁘고. 어제 기말 마지막 과제 제출하고 나선 거라 좀 신이 나서 평소보다 세상을 너그럽게 본 걸수도 있다 ㅋㅋㅋ 아무튼 친구랑 인도에 갔던 사진을 쭉 보는데 잊고 있던 작은 기억까지 끄집어낸 수다 덕분에, 나를 행복하게 했던 작은 순간 몇개를 올려본다. 인도 사진을 보다보면 날을 거듭할수록 점점 빵떡이 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에 인도에 가면 어디를 갈지 상상하곤 하는데, 다 필요없..

2020 2020.06.22

불꽃미남의전설

팬텀싱어 관련되어 길게 글을 썼는데 결국 완성은 못하고 내가 예상한 슬픈 일이 일어났다. 벌써 좀 되었지만. 이렇게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서 슬퍼하는 거 너무 씰데 없는데 진짜 너무 슬퍼서 한동안 마음이 아릴 정도였다 ㅋㅋㅋㅋㅋㅋㅋ 대박 주책이야 ㅠㅠ 그리고 유튭에 저렇게 추천이 뜨니 또 슬퍼졌어... 누가 떨어졌음 좋겠고 그런 마음 하나도 없지만, 한동안 그 노래 생각만 났는데 더이상 내게 최고였던 팀이 부르는 노래를 다신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이, 마치 어릴 적 연락처도 안 남긴 채 전학간 친구를 떠올리는 마음이랑 비슷하다... 구본수, 유채훈, 박기훈 이 부르는 angel 때문에 말도 못하게 행복했습니다... 표정과 배려, 태도, 끝나고 눈물 흘리던 것까지, 셋이 주인공인 짧은 영화 같았어... 불꽃미..

2020 2020.06.22

Black lives matter

예전에 공부할 때 발견한 가장 멋진 개념이 “다름”이다. 사람의 정체성은 타자, 즉 나와 다른 외부와 살갗이 닿는 접촉면을 감각하며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름은 인간이 (원하든 원치 않든)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고 타인을 감각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지한다. 하지만 권력은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 통치에 활용한다. 가진자와 배운자, 특정 성별과 인종이 표준이 되어 나머지는 배제되며, 심지어 배제가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어떤 기준이 주류가 되어 그 집단에 편입되지 못한 삶들은 지워진다. 다름은 용인될 수 없으니까. 국회의원의 자녀, 혹은 강남 어느 학교의 학생들에게 재난이 일어났다면 그 배는 구조되었을 것이라는 절규가 서글픈 건 너무 맞는 말이어서다. 대학교 때 수업 중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가난한 국..

2020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