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3

충분히 타인을 사랑해

한국에 온 스리네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도 우연히, 마음으로 애정하는 사람들을 타국에서 만났단 사실이 감격스럽다. 서로에 대한 투명한(?) 호의가 감사해… 계산하지 않는 관계의 소중함이란. 오늘 그 아들래미 크리스가 생일인데,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노티드 도넛을 너무 맛 보여주고 싶어서, 사서 명동에 있는 호텔 프론트에 맡기기 위해 회의 끝나자마자 명동점으로 달려갔건만… 명동점이 없어졌다. 아쉬운 대로 근처에서 비건 도넛을 사서 호텔 프론트에 맡기려는데, 방금 체크인을 했다는 것! 그렇게 스리를 만나 도넛을 전해줬다.난 가끔 주는 행위가 나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사실은 나의 만족이면서 누군가를 위한 척 하기 쉬운… 그런 교묘한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근데 요며칠 생각이 바..

2024 2024.12.23

더 이상 편지 한 장 오지 않을 때

며칠 전에 읽고,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서 ㅠㅠ 옮겨적어봤다.'바깥세상에 사는'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편함 근처를 서성거린다면,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생각을 해주기는 하려는지 안달복달 궁금해한다면, 어떤 의미로든 공동체에서 탁월한 존재가 되려는 마음을 은근히 품고 있다면, 손님들이 이름을 들먹이며 찾아주는 환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 원장이나 다른 수도사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면, 더 흥미로운 일과 자극적인 사건들을 끊임없이 추구한다면, 마음에 하나님이 머무실 조그만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더 이상 편지 한 장 오지 않을 때, 생각해주거나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이가 아무도 없을 때, 평범한 수사로서 더도 덜도 아닌 형제들..

2024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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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행이 기분이 엿 같진 않았는데,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으로 깼다. 나랑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며. 내가 그리워하는 줄 알면서, 그래서 ”일 구하면 한국 갈까?“라고도 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나를 안 보고 싶어할 수 있지? 거기서 여기 오는 건 진짜 별거 아닌데 그걸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은 좀 화가 난다. 아니었던 게지. 걔는 그저 내가 만나러 갈 때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고. 거기서 나랑 시간을 ”보내준 게“ 대단한 선심까진 아닌데. 그게 무슨 그렇게 특별해?

2024 2024.12.20

사랑해요, 그게 무엇이든

마음이 좀 괜찮을 때 끄적여야지. 난 마음이 너무 힘들면 살려달라고 기도한다. 몇 번 살려달라고 마음으로 얘기하면, 정확히 내가 그 말을 가장 하고 싶던 거였구나 생각한다. 참다가 드디어 진심을 말하게 된 사람마냥 눈물이 나다가 이내 조금 나아진다. 이건 내가 DC에서 마지막 밤에 해본 기도이고, 효과가 있었고, 여전히 같은 기도를 하는 건 애석하지만.그냥 차분하게 답을 기다리고 있다. 요란하지 않고 차분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왜 하필 이런 사람이었을까 절망스럽다가도, 아무리 봐도 (비주얼적으로 ㅎㅎ) 잘 어울렸던 우리 둘을 생각하면 기분이 조금 낫다. 희망 고문을 하는 것일까, 나도 날 잘 모르겠지만. 그냥 둘이 좋았던 분명한 느낌은 사실인 것 같아서. 그냥 지금은 그거면 됐다 ..

2024 2024.12.19

따뜻

아 난 ‘따뜻함’이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침에 일어났던 게 한 그저께. 나 인생에 불평할 것 없는 거 아는데 마치 아무 것도 없는 사람 마냥 성토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미숙한 것도 아는데, 그냥 어쪌 수가 없다고. 나도 이 시간이 지나갈 거란 걸 알아. 그래도 내 마음에 힘이 되는 것 보면서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스파이가 된 남자’ 다 끝냈는데 이 또한 따뜻하다. 오늘 나홀로 성토대회를 했듯, 지금의 평안함은 한낱 바람에 나는 겨일수도 있겠지. 난 그저 호르몬의 동물일 수도. 그치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안함도 다시 찾아오겠지. 따뜻함을 추구하자.

2024 2024.12.17

어제의 피곤한 만남

호르몬 영향인가 어제 만나는 사람과 보낸 시간이 내내 불편+불쾌했다. 난 웬만큼 친한 사람과 있으면 보내주기 싫어서 징징거리는데 어젠 빨리 파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왜 그렇게 싫었을까?1. 자기중심적 (본인 얘기 80%)2. 나를 잘 안다는 듯한 말투 (“표정봐”, “우리 다 유복한 샌님이잖아요”)3. MBTI 과몰입4. 무용담/극적 서사를 만들어 내는 말투5. 동의되지 않으나 그런 리액션을 해야 하는 상황6. 본인에 대한 과평가신기하게도 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저게 매력적이었다. 어제는 만나서 이야기 듣는 동안 (정말 거의 듣기만 했다) 한동안은 만나고 싶지 않다 생각했는데 집에 가는 길에 다음주에 시간이 되냐는 것. 에둘러 거절하고 나서(너무 아쉽게도 일정이 있습니다) 혹시 내 마음이 티가 났던..

2024 202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