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8

D-8 weeks nightmare / that is ok / 스웨터 / 로넌키팅

방송일에서 최악의 상황이 몇개 있다. 이번주는 그 중의 하나인 출연진의 돌연 취소와 일정 변경 요청이 발생. 다시 조율하고 구성 다시 하고 장소 다시 잡고, 이걸 해결하면 저게 터지는 연말특집 너무 다사다난해 돌아버리겠다. 그래도 잘 해결하여 피디님이랑 일단은 웃었는데… 이제부터는 난리가 나도 손 쓸 시간도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는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제아무리 유리멘탈이어도, 마치 근력 운동처럼, 기본값 정도는 필수적으로 멘탈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혼돈의 상황을 잘 관리 못한 거 같아 순간 자책을 했지만 금세 관뒀다. 자책을 안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큰 고비는 넘겼지만 올해까지 더 남아있는 몇 개의 고비들 제발 빨리 끝나버려라, 암울해 ㅠㅠ 어제 사랑하는 후배의 ..

2021 2021.12.06

D-9 weeks 다시 시작하는 주간 보고 / 대림 첫 주 / 왬

어제부로 교회력의 첫날인 대림절이 시작됐다. 이 계절이 되어야 비로소 날뛰던 마음이 가라앉고 내 앞에 계신 하느님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 한참 본다고 한다. 예술가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떠올리며, 일상 곳곳에서 나도 가끔은 이런 경험을 동경하게 됐다. 매 순간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명민한 촉이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 되어 사람 무리 속으로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 첫 주, 감사성찬례가 시작될 때 내 마음은 이미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다. 앞으로 4주는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흡수하기. 일년 넘게 미뤄 온 유학길, 이제 열리나 싶었는데 변이 무엇. 지난 주 부총장님 이름으로 메일..

2021 2021.11.29

Is it Christmas calling out to me?

뭐야. 난 또 당연히 좋을 줄 알았지… 이렇게 엄청엄청 너무너무 대박대박 좋을줄이야. 컬러풀한 커버에 음색도 노래도 반주도 트리 위의 오색빛깔 전구처럼 반짝거린다. 오늘 같이 우중충한 날 이제는 다 지고 있는 낙엽 밟으며 들으면 갑자기 풍경을 촤라락 할리데이 무드로 만드는 마법이 펼쳐진다.🎄 산더미 같은 일들과 맞이한 일요일 저녁이라 잿빛이 된 내 마음도 오늘만 지나면 다시 칼라가 되어라.

2021 2021.11.21

c h o p i n

이 시간을 너무 사랑한다. 음악회를 기다리며 커피 마시는 시간. 게다가 낙엽 냄새도 나. 커피도 좋아! 음악회 외길인생, 지난 번 공연부터 동행인이 생겼다. 선뜻 누군가한테 같이 가자는 말이 안 나오는 데가 음악회인데, 흔쾌히 함께 해 줄 것 같다는 촉이 왔다. 바쁜 일 하다 말고 공연장에 왔다는 것 보니 내 촉은 옳았다. 도모하는 힘이랄지, 혼자였음 망설였겠지만 일단 지르고 보는 추진력이 생겼다. 오늘의 피아노 공연, 여운이 너무너무너무 커서 할 말이 많은데 시간은 없고 여운이 날아갈까봐 키워드만 남겨둔다. 10월이 갔다. 나도 오늘 못한 일은 내일 아침의 나에게 맡긴다. 쇼팽은 쇼팽. 쇼팽은 애증. 빗방울전주곡과 기다림. 쇼팽과 피아니스트들과의 시간. 음악가와 관객의 시간. 아 좋아요 좋아…

2021 2021.11.01

what’s wrong with that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만큼은 세상에 이보다 더 예쁜 노래가 있나 그 생각을 한다. 이 노래의 가장 좋은 점은 재생시간이 5:55나 된다는 것이다. 이 노랠 듣는 지금, 이 노래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어떤 클라이막스랄 게 없이 들을 때마다 그냥 처음 시작되는 요상한 사운드부터 압도되어 6분 동안 쭉 그렇게 듣는다. 비틀즈 해체 후 폴 매카트니가 아내 린다 등등과 결성한 밴드 윙스의 silly love songs. “폴은 바보 같은 사랑 노래만 부른다”는 세간의 소리에 “그래, 맞아. 그게 바로 사람들이 늘상 불러오던 건데, 왜? 문제 있어?” 응수하고는 “그건 그렇고 노래 베이스라인이 참 기가막히게 나왔죠”하고 여유로운 웃음 짓는 그 모습이 상상이 가 더욱 사랑스러운 노래다. But over the ye..

2021 2021.09.16

그 계절

1. 올해도 제대로 못 놀고 여름이 끝났다. 이 시국에 뭘 놀아 싶지만 마음이 안 그래… 계절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지나가면 왜 이렇게 억울하지? 물리적인 시간 말고, 마음의 공간과 힘을 조금씩 키우면 될 일… 그걸 올해도 실패했기에 이렇게 억울한가봐. 2. 이번 여름엔 정말 매주, 특히 주말이 다가올 때면 ‘아 놀아야 하는데, 언제 놀지, 어떻게 놀지’ 하고 뭔가 계획을 세워보려 버둥거렸다. 놀지 못해 생긴 한은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 미련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길래 그제야 이미 가을 문턱에 와 있다는 걸 실감했다. 3. 그걸 깨닫게 된 이유 하나는 바로 3일 전 걸려 온 전화 한 통이다. 옛 추억을 나눈 분과의 전활 끊고 그날따라 한참 동안 옛날 다니던 그 곳..

2021 2021.08.28

sisi hada..

시시하다는 기분이 자주 든다.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도 딱 그때 뿐, 다시 시시해진다. 즐거운 대화를 하면 괜찮아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더 재밌는 거 같아. 어제 해가 질 기미가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오늘 있을 통역 수업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밤쯤 귀가를 해 통역 수업을 째기로 마음 먹고 겨우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피하는 게 답이 아닌 걸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그런데.. 오늘은 좀 혼자 공부할래. 시시함이 내 마음의 지분 8할 정도 차지하고 있는 요즘, 그래도 조금은 기억해두고픈 조각들을 적어둔다. 이제 노는 거 그만, 쓸데 없는 말도 그만. 공부에 집중..제발ㅠ 1. 겁나 거어어업나 좋은 조지 마이클의 Older. 명성에 비해 남긴 노래 수가 많..

2021 2021.08.16

“취하하세요.”

빛나는 순간은 그 당시 주변이 어두웠을수록 기억엔 더 강렬히 남는듯. 넉넉하지 않던 우리집에 그나마 남의 집보다 많은 게 책이었지만 나는 책을 잘 안 읽었다. 대신 책꽂이에 꽂힌 책들과 저자 이름들만 잘 안다. 책을 읽고 남는 게 있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대신 그 빼곡한 책들이 가리키는 방향 또한 유산이 될 수 있다면, 그럴수도 있겠다. 젊었을 때 부모님이 읽던 낡은 책들은 오래된 종이 냄새를 풍기며 이집 저집을 거치면서도 아직 건재하다. 어떤 계기였을지 부모님은 신앙심을 유지하면서 진보적인 생각들을 좋아했다. 부모님이 대단한 행동을 해온 건 아닌데 여튼 심성이 독특하리만치 선량한 구석이 있다는 게 다 큰 딸의 평가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 사단이 났다. 교장과 이사장이 전교조..

2021 2021.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