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6

d-15 정신줄

퇴사 디데이 일기를 오랜만에, 그것도 아침에 끼적인다. 큰 부담이 있던 일 몇 개를 끝나니 훌쩍 숫자가 줄어있다. 일을 엄청 열심히 한다고도 못하겠는데, 일 외에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아서... 시간 날 때 한다는 게 주구장창 핸드폰 스크롤 내리는 것 뿐이다. 정신줄 잡고 일은 하고 있으나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는 기분. 이 기분을 끊고자 일 시작하기 전에 간만에 시편을 읽고 싶어서 블로그라고 열었다. r과는 다시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내가 다 놀랄 정도로 pms가 심하게 온 이후로 난 대체로 크게 동요 없이 지내고 있다. 이런 롤러코스터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끝이 오겠지 하면서. 지금은 이런 생각이 그렇게 날 힘들게 하지 않는 그런 상태.시편 70하느님, 나를 살려 주소서. 주여,..

2025 2025.04.16

d-24 빛나는 사람에 대한 감상, 극도의 불안감

정말 대바보 같은 하루를 보냈다. 불안함이 극으로 치달았는데 머리는 멍하고 하루종일 손이 떨릴 정도. 오늘 이 일은 기록도 하기 싫다… 사실 그거 아니면 좋은 하루 보냈다. 미팅 있어서 서울대 갔다가 만나뵌 교수님이 너무 천사여서, 빛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한껏 품게 됐다… 지난주 금요일과 오늘,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이 일에서 누린 제일 큰 호사다. 선한 일을 하면서 실제로 다정하고 선한 사람… 내가 가진 큰 이상이다.하여튼 쓰고보니 웃기네 ㅋㅋ 극도로 불안했다면서 오늘 미팅에서 저리도 감동을 받았다니. 내가 이런 꼴이어도 영 엉망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암튼 일 끝나고 통화하기로 한 친구에게 “지금 엄청 불안해보이네” 진단 뚝딱 받고 나를 바로 보게 되어서, 아침에 보냈던 메시지를 지웠다. 맨..

2025 2025.04.07

d-27 혹은 탄핵절

짜릿하고 행복하다. 이 생각을 내내 반복한 하루.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안국에 들르지 못하고 지하철 안에서 선고를 들었다. 빤한 결과이고 안심하기까지 했는데 막상 “파면한다” 네 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일 마치고 집에 가면서도 선고 영상을 돌려봤다. 이제 다시 시작이고 너무나 희망적이다 🙌오늘은 평소 존경하던 변호사님과 회의를 했고 고성에 있는 어떤 교회 얘길 하면서 또 놀라운 접점을 찾았다. 맛난 (탄핵정식이 된) 밥을 사주셨고 내 퇴사 소식을 말씀 드렸고 또 맛난 커피를 마셨다.감사합니다 하나님 동료 시민 여러분 남태령 키세스단 ㅠㅠ

2025 2025.04.04

d-29, 그리고 d-1 🙏

“아까 콜에서 표정이 편해 보여서 맘이 넘 안 좋았어요”무슨 말인고 하면 - 그동안 맘고생 심했구나를 의미하신 것일 거다. 와 편한 표정도 티가 나는구나…내일은 원래 12시 안국역에서 미팅이 있었는데 왠걸 헌재 탄핵선고가 11시라 장소를 혜회로 바꿨다. 난 좀 일찍 나서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갈 예정…! 하필 내란 시작되고 일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커서 집회에 많이 참여 못해 동료 시민들께 부채감이 있다… r에 대한 맘이 또 좀아까부터 편안해졌다. 여튼 더 절절한 사람이 늘 피해보는 쪽은 맞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의 표현과 관심을 나 역시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 우리 둘은 진짜 정반대의 사람 같다.

2025 2025.04.04

d-29 세종 마지막 출장 (아마도)

아마 여기로의 출장은 마지막일듯. 아침에 기차 기다리는데 r한테 카톡이 왔다. 예전에도 그 시간에 기차 기다림서 카톡하다 거의 싸웠는데. 그냥 좀 이야기하다 또 되게 맥빠졌다. 사실 맥빠질 건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관심도 없고 또 의미도 없는 걸 화제로 꺼내니까 그냥 나혼자 실망스러우니 그게 내 맘을 쓸쓸하게 하는 거다. 이제 내게 남은 건 r은 내게 너무 안 맞는 사람이란 거 뿐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몇번 메시지 주고 받다 눈감고 기도했다. 이 지나가는 사람, 보낼 때가 와도 슬퍼하지 않게 해 주세요. 또 새로운 만남이 있어도 슬퍼하지 않게 — 이게 슬프다는 게 딱하지만 🥲일 얘기는… 그냥 마지막 출장 잘 끝났다고 🤓 오는 길에 택시기사님은 과거 계엄의 공포를 아는 민주당원이었다는 것. 대구 출신 사..

2025 2025.04.02

d-30

퇴사 디데이 시작. (사실 d-30은 어제 🥲)L간사님을 만났다. 일종의 멘토. 느낀점은:- 나 요즘 멘탈이 자유롭다. 항상 (그래도 꽤) 내 진로와 상태를 걱정해주는 분인데, 내 상태에 대해 눈치가 안 보인다. 교회를 안 나가는 내 상태도, 조직이 없다는 것도, 퇴사를 한다는 것도, 캐나다행을 계획하지만 대책이 없다는 것도.- 매년 강의 내요이라는 ‘스테이풀리쉬, 스테이헝그리’의 진짜 의미와 그 연설이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를 알려주셨다. 무릎을 탁 쳤다. 어차피 우린 그냥 직감대로 사는 존재라는 걸. 결국 믿을 사람은 나뿐이다. 어떤 규격이 있는 인생, 누군가가 제시하는 삶… 어차피 그렇게 안 살잖아? 그럼 더 자유로울 것.- 평화 컨퍼런스에 가겠냐고 의사를 물어주셨다. 너무 가고싶어졌다.- 헌재 ‘..

2025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