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7

미안해요, 리키

크리스마스인 어제. 엄마 아빠와 를 보러 갔다. 다 보고 나서 “왜 맨날 이런 영화를 보여주고 이렇게 사람을 울적하게 만드느냐”고 한소리 들음. 켄 로치 감독 + 폴 래버티 작가의 신작을 가족과 함께. (가족영화다) 최근 영국 선거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에 크게 졌다. 조금의 희망을 남기지 않은 결말에 막막해, 어쩔 수 없이 영화와 현실이 겹친다. 이 결말은 현실이 바뀌지 않았을 뿐더러 더 처참해졌다는 절규가 느껴진다. 은퇴작이 될 줄 알았던 이후 3년, 켄 로치는 영국의 노동자에 대해 아직 할말이 더 남았다. 늙지 않는 사회주의자, 아니 오히려 감각에 있어서는 더 젊어지고 있는 켄 로치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난다. 세월이 지나도 시선은 여전히 따뜻한데, 메시지는 더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그 좋은 희망을 얘..

2019 2019.12.26

밥 로스는 다 알고 있다

ASMR 같은 수면 도구가 생겼다. 길은정, 김영만과 함께 옛 EBS 키즈들의 미술 선생님 밥 로스의 . 원제는 Joy of Painting이고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유튜브에 있는 것 같은데 가만보니 이거 너무 유튜브 최적화 콘텐츠 아닌지. 30분 동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패턴을 구경하는 일 완전 요즘 장르 아냐..? 나도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보기 시작했는데 글쎄, 한 편을 채 못 보고 잠이 든 게 아닌가. 몇 번의 셀프 임상 실험 결과 모두 시청 도중 수면에 성공하였고, 나는 밤잠 설치는 주변 지인 몇명에게 추천을 하기에 이른다. 나긋나긋 목소리에, 반복적인 패턴을 활용하는 기술, 늘 어떤 순도 99퍼센트의 자연 풍경만을 그린다는 점(가끔 인공물 - 가령 오두막이 나옴)이 수면에 도움이..

2019 2019.12.19

내 세례명 이야기

신자 영접식에 초대한다는 신부님의 연락을 받은 어느 날. 그 전 몇 주 동안 출장에, 과제에, 하반기 최악의 스케줄을 달리느라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신부님 연락을 받고 하루 종일 신났다. 세례명을 정하는 미션을 받았다. 고민을 해 보겠다고 했지만 거의 마음은 정했고 내 세례명은 ‘루시아’가 되었다. 내가 지은 이름이란 게 되게 묘하다. 어느 공문서에 기록될 리 없는 연약하디 연약한 이 이름은 앞으로 내 의지와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유지될 것이다. ㅎㅎㅎ 묘하다 묘해. 1. 성경에서 따온 내 실제 이름의 어원은 ‘빛’이고 루시아의 뜻도 빛이다. 2. 제일 좋아하는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에서 제일 좋아하는 산드라 블록이 루시 역을 맡았다. 3. 내..

2019 2019.12.17

U2 조슈아트리 투어 복기용 사진 (by 언론사...)

so precious U2. 말도 안 돼. 벌써 일주일이 지났구나. 정말 행복했던 저녁이었다. 다만 스탠딩석 위치가 너무 안 좋았던 게 아주 큰 흠이다. 이제부터 스탠딩은 무조건 맨 앞이다. 명심!! 여튼 나도 찍은 사진이 있지만 대체로 대형스크린(..) 사진들이라 잘 나온 보도용 사진을 복기용으로 올려본다. 자리에 대한 한이 남아서, 언젠가 Joshua Tree 라이브를 반드시 다시! 보러 가고싶다. 늦기전에 후기를 기록해야 하는데, 지금 너무 피곤해서 또 미룬다... 요즘 블로그에 할 말 많아서 손이 근질.. 그런데 각잡고 잘 써지지가 않네.

2019 2019.12.15

출장 막날 새벽

출장 마지막 날. 해운대가 보이는 호텔. 너무 피곤한데 누워서 어제 듣던 노래를 또 듣는다. 하루종일 너무 그리웠다. 어쩜 이렇게 평창 횡계와 심코가 동시에 떠오를 수 있을까? 그 겨울에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고 아련한데 또 한편 이 기분만은 생생하니, 결국에는 그립다. 내가 출장 가게 될 줄 몰랐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다만 기도하기를 이 예상되는 불안이 그저 불안이기를, 현실은 이와 다르길.. 근데 정말 그러했다. 컴컴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재미가 좀 더 컸다. 일은 생각보다 잘 돌아갔다. 의외로 적응 잘 하는 타입. 비록 멘탈도 두어 번 흔들렸고 결국 사람한테 제일 필요한 역량은 멘.탈.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던 출장길이다. I don't know where I would bel..

2019 2019.11.27

냄새와 소리

감각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냄새와 소리는 너무 다른 감각인데 또한 너무나 비슷해서 나 깜짝 놀랐다. 지금 어떤 노래를 듣다가 탑노트와 베이스노트가 느껴져서 매우 소름이. 탑: 올림픽때 엄마와 평창에 간 것. 별거 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분위기와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그저 돌아다니던 것, 북적이고 업된 사람들, 흰 눈... 베이스: 그로부터 얼마 후... 캐나다 여행 중 돌아다니던 심코의 낡은 시내, 팀홀튼이 갑자기 생생하게 떠오른다. 정말 소름. 와 어쩜 이럴 수가. 하나의 노래에 얽힌 두 기억이 나란히 탑노트, 베이스노트가 되어 다시 내게 와주었다.

2019 2019.11.26

연말 루틴, 시작 - 제네시일기 11월 6일

​ 이젠 연말 루틴으로 정착. 11월부터 성탄절까지 나의 최애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일기 읽기. 이런 메모를 남겨뒀다니 참 잘했구나 :) ☕️🖋 p.244 누구를 만나든지 마치 함께 있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번번이 새로이 입증하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이다. “정체성 전체를 걸고 덤벼드는 거죠. 매번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요.” 존 유드 신부는 제안했다. “지금은 기도와 묵상이 중요합니다. 그 안에서 가장 깊은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고, 그래야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마다 자아를 온전히 내걸고 달려들지 않게 됩니다.” ... 그런 사람들은 자아와 괴리가 상대적으로 적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씨름에 남들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2019 2019.11.07

루가 14:12-14

예수께서 당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잘사는 이웃사람들을 부르지 마라. 그렇게 하면 너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네가 베풀어 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주실 것이다.”

2019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