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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의 북유럽 가수들

번역 과제가 너무 어려워 격렬히 딴 짓을 한다. 비가 오길래 고등학교 때 비가 오는 날 자주 들었던 마이클 런스 투 록의 Take me to your heart를 듣다 생각난 김에 라떼의 '의외로' 북유럽 출신인 가수들을 정리해본다. 물론 기준은 내 지식과 경험이다. 1. M2M (노르웨이) 마리트 라르센과 마리온 라븐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 둘 다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이며 2000년대 즈음에서 우리나라에서 엄청 유명했다. 제일 유명한 노래는 1집의 Pretty boy로 신민아가 아마 신인일 때 '디어워터 오투'라는 이온음료 CF 배경음악이었다. 그 외에 Don't say you love me, Everything you do 정도가 체감상 많이 알려진 거 같고 아직도 가끔 프로그램 BGM으로 종종 들린..

inspired from 2021.08.31

미나리

미나리 미나리 최고의 미나리. 울다 웃다 난리를 치게 되며 너무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하도 난리라 오히려 이렇게까지 좋을 거라고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 큰 어른감독이 말야, 어쩜 어린시절 자기에게 이렇게 이입을 해서, 어떻게 그 어린이가 된 거냐능. 그래서 나도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버렸잖아. 울지도 마냥 해맑게 웃지만도 않는 어린이들의 표정 속에서 모두 어린이가 되어 그 경험 속에 빠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 아녔을까. 그 와중에 그래도 어른이 되었다고 그 부모의, 할머니의 인생까지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그야말로 이걸 만든 이의 마음에서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구나. 세상에 태어나 결과로 말해야 할 때가 더 많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지켜주라고 과정을 보듬어주라고 가족이란 존재가 세상에..

inspired from 2021.05.12

CBC 사무엘 잭슨의 뿌리

해외 공영방송들의 다큐를 방영해주는 KBS 가치+ 넘 좋다. 최근에 ‘사무엘 잭슨의 루트’란 제목으로 방영한 4부작을 정말 재밌게 봤다. 캐나다 CBC의, 원제는 enslaved. 아프리카 대륙에서 짐짝처럼 실려 온 ‘노예’들의 여정을 그 후손들이 되짚는다. 직접 그 망망대해를 건너고, 수중에 잠긴 당시 억압의 흔적을 찾는 후손들의 감정에 너무 몰입하고 봤다. 이야기의 중심 축은 사무엘 잭슨이 선조의 땅에 방문하는 것인데, 마치 고향에 방문하듯, 또 오랜만에 찾아 온 조카를 반기는 듯 하는 장면에 뭔가 전율이. 중간에 어떤 고령의 전설적인 저항운동가 같은 분이 인터뷰 하러 찾아 온 젊은 청년들한테 엄청 멋진 말을 남기시고 얼마 뒤 돌아가셨다 했는데 그 분을 찾아봐야겠다. 암튼 참 좋았고 내 최애 마블영화..

inspired from 2021.04.08

여전히 질문 많은 아이가 아직 내 속에 있습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거지? (파블로 네루다의 44) ***** “가끔 한밤중에 깨어 있거나 혹은 해가 지는 건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있으면 속에서 누가 울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하루 종일 의젓하고 단호하게 행동한 날이면 더 그렇습니다. (...) 사랑도 노래도 멈춘 것 같은데 나는 왜이리 분주한 거죠? (...)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가던 도로에서 나는 내 영혼을 흘렸나요? (....

inspired from 2020.10.27

<제네시 일기> 7월 12일

‘바깥세상에 사는’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편함 근처를 서성거린다면,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생각을 해주기는 하려는지 안달복달 궁금해한다면, 어떤 의미로든 공동체에서 탁월한 존재가 되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손님들이 이름을 들먹이며 찾아주는 환상을 버리지 않고 았다면, 원장이나 다른 수도사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면, 더 흥미로운 일과 자극적인 사건들을 끊임없이 추구한다면, 마음에 하나님이 머무실 조그만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이상 편지 한 장 오지 않을 때, 생각해주거나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이가 아무도 없을 때, 평범한 수사로서 더도 덜도 아닌 형제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할 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내 존재가 ..

inspired from 2020.07.23

제네시 일기 7월 10일

하반기로 가며 읽을 때가 도래했다. 내 이너 피스를 위해 몇자 옮겨 적는다. ** (7월 10일 수요일 일기 중) “일단 세상을 등지고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다”는 문장이 내 중심을 뒤흔든다. 거기에는 모든 걸 버리고 따라오라는 예수님의 부르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막 교부들의 목소리들까지 담겨 있다. (...) 존 유드 원장은 말했다. “의학을 전공하는 내내 달갑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입버릇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괜찮아, 조금만 있으면 이 상황이 다 지나가 있을 거야.’ 해군에 복무하면서 군대체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면 제대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트라피스트 수도사 훈련을 받으면서부터는 그런 비상구가 완전히 사려졌습니다. 이번에는 ‘평생’ 머무를 작정으로 ..

inspired from 2020.07.22

고양이의 보은

너무 좋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주인공 하루가 가끔 생각나는데 지난주 인도 친구랑 통화 한번 하고 또 생각이 났다. 예상치도 못하게 고양이 세계에 가게 되어서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고 다시 인간계로 돌아 온 하루. 여기 너머 어딘가에 아름다운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자 그 전에 하루가 끙끙 앓던 생각들이 먼지만큼 작아져 하루에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특히 마지막에 하루가 짓던 엷은 미소. 아 진짜 매력적인 이야기다...

inspired from 2020.07.05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생각나는 동물

중 정말 근사한 구절. ** “(호시노 미치오 글의 인용)대도시인 도쿄 속에서 전철을 타고 가며 혼잡한 인파 속에서 시달릴 때 문득 홋카이도에서 서식하는 불곰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도쿄에서 생활하는 그 순간에, 같은 일본 하늘 아래서 불곰이 숨 쉬고 있다. 확실히 지금 어딘가의 산에서 불곰 한 마리가 쓰러진 나무를 타고 넘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인용 끝) (...)이런 글들을 읽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옮겨 쓰다보면 고래가 모래사장에 누워 햇빛을 쬐는 것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외뿔고래들이 싸우는 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그런 게 있는 세상이 그런 게 없는 세상보다 훨씬 좋다.”

inspired from 2020.07.04

6월.

이것만 올리고 공부해야지... 2018년 6월에 방영된 MBC 다큐 를 이제야 봤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과 1987년 6월 항쟁 당시 외신 사진기자였던 킴 뉴턴의 시선을 교차해 6월 항쟁을 기억하는 형식. 당연하지만 슬프다, 무지무지. 배은심 여사님의 작은 표정 하나가 몰고오는 폭풍 같은 감정. 짧게 등장하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선생님도 꼭 그 표정이다. 배은심님은, 민주주의 투쟁으로 죽어간 모든 이들을 다 자식이라고 한다. 이한열 열사가 떠나고 병으로 5년 뒤에 그 곁으로 가셨다는 그의 아버지. 아들이 그렇게 떠나갔는데 부부가 어떻게 멀쩡히 살았겠냐고, 누구 하나는 당연히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덤덤히 말씀 하신다. 돌아오지 못한 자식을 둔 부모는 투사가 된다. 초점 없는..

inspired from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