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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구사집 개

집 근처 버스 정류장 앞에 표구사가 있다. 어쩌다 그 앞에서 내리는 밤에는 어김없이 불 꺼진 표구사를 지키는 개를 볼 수 있다. 그 시간에 개는 항상 쇼윈도에 바짝 붙어서 자동차랑 사람이 오가는, 가로등 덕분에 그나마 환한 밖을 구경하고 있다. 밤마다 문 닫은 표구사에 갇혀있다고밖에는 안 보이는 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왜 주인은 퇴근하면서 개를 데려가지 않는 걸까? 저것도 학대 아닐까. 발견하고 불편하고 금새 잊고를 반복한다. 개를 본 오늘도 또 개를 위해 뭘 해야할까 생각한다. 집 앞에 다다라서는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았다. 이제 날씨도 엄청 추워질텐데. 다 인간이 나빴다.

2018 2018.11.18

長い間(nagai aida) - Kiroro

もう 大丈夫 心配ないと (이젠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런 뻔한 말들에 네 언니!라고 키로로의 노래에는 이렇게 순순히 대답하게 되는 기분이다. 키로로를 알려준 건 고등학교 때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며 학생들 앞에서 를 불러주신 일본어 선생님 유카 센세. 그때 선생님한테, 이 노래에 반해버린 난, 곧 유카 센세의 일본어노래반에 들어가서 이 노래를 꼭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웠다. 키로로가 너무 좋다고 했더니 일본 친구가 키로로 CD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여전히 의 아련함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다. 왜인지, 나에게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감성의 8할은 키로로의 가 다 설명해주는 것 같다. 그게 키로로를 알기 전이든, 후든. 유카 센세, 잘 계시죠?

2018 2018.11.16

2018년 4월의 몬트리올과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4월의 몬트리올. 이른 시각, 발을 디디자마자 쾌청한 공기에 기분이 들떴다. 뉴욕 여행을 마치고 오니 여유롭고 깨끗한 몬트리올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숙소 체크인까지 기다린 한 카페에서 사람 좋은 이탈리아 사장님이 만들어주는 카푸치노와 애플 턴오버를 냠냠. 게스트하우스가 있던 올드포트는 내 기대보다 훨씬 예뻐서, 갑작스럽게 와 가지고는 이게 뭔 호사인가 싶을 정도였다. 다만 추웠다. 너무너무 너무! 책 한 페이지 넘기기도 버거웠던 뉴욕에 비해 몬트리올은 모든 여유로움이 가능하다. 게스트하우스 라운지에 앉아 커피 한잔 들고 를 읽었다. 많이 걷고 걷다가 다시 예쁜 올드포트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올 곳이 이렇게 예쁜 곳이라니. 엄청 느끼한 파스타를 몬트리올 콜라와 먹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그 느끼한 ..

헨리나우웬 <제네시일기> 8월 21일/26일

​​“ 지난 몇 주 동안 적은 일기를 살펴보면서, 하나님의 임재에서 오는 즐거움, 수도원의 침묵과 고요, 수도사들의 사랑, 자연의 아름다움 따위에 대한 기록과 아프리카와 인도의 기근, 칠레와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자행되는 고문,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전쟁들, 세상에 만연된 비참한 현실 (...) 마치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고 생판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두 인격이 내 안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 둘이 부대끼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부쩍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 한쪽은 이 땅에 하늘나라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으며 다른 한 편에서는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이 세상에서 지옥을 찾아내게 이끌어서 충격을 주었다. ... 코츠크 사람이 번개처럼 날 뒤흔들었다면 ..

inspired from 2018.11.05

헨리나우웬 <제네시일기> 8월 2일

​​“ 요즘 들어 끝기도의 시편들이 서서히 몸에 배어드는 걸 느낀다. 밤의 일부가 되어 깊고 평온한 수면으로 인도한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지할지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시 4). 신뢰는 어떤 저녁기도문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주하며 전능자의 그늘 아래에 사는 자여 나는 여호와를 향하여 말하기를 그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이는 그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심한 전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 그가 너를 그의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에 피하리로다(시 91). 이 구절들이 조금씩 내 마음의 중심..

inspired from 2018.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