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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나우웬 <제네시일기> 8월 2일

winter_inspired 2018. 11. 4. 22:52


요즘 들어 끝기도의 시편들이 서서히 몸에 배어드는 걸 느낀다. 밤의 일부가 되어 깊고 평온한 수면으로 인도한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지할지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시 4).


신뢰는 어떤 저녁기도문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주하며
전능자의 그늘 아래에 사는 자여
나는 여호와를 향하여 말하기를
그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이는 그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심한 전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
그가 너를 그의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에 피하리로다(시 91).


이 구절들이 조금씩 내 마음의 중심에 스며든다. 이들은 단순한 관념이나 이미지, 또는 비유의 수준을 지나 실존이 된다. 힘겨운 노동이나 팽팽한 긴장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너나없이 안전하게 거하는 걸 꿈꾸며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머무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는다.

혹시 감옥에 갇힌다면, 또는 굶주림과 고통, 고문, 굴욕감에 시달리게 된다면 이 시편들을 빼앗기지 않기를 소망하며 기도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시편들은 내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게 해줄 것이다. 다른 이들을 위로할 힘을 줄 것이다. 압제자나 고문기술자와 맞서는 가장 강력하며 가장 혁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굳이 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그 마음에 시편을 간직한 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도록 마음에 시편을 새겨야겠다. 그래야 거듭 고백하고 또 고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인생들아, 어느 때까지 나의 영광을 바꾸어 욕되게 하며
헛된 일을 좋아하고 거짓을 구하려는가.​​

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경건한 자를 택하신 줄 너희가 알지어다.
내가 그를 부를 때에 여호와께서 들으시리로다(시 4).

그게 바로 수많은 상처들을 진실로 치유해줄 수 있는 기도다.

- 헨리 나우웬 <제네시일기>(최종훈 역) p.142-143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