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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끝기도의 시편들이 서서히 몸에 배어드는 걸 느낀다. 밤의 일부가 되어 깊고 평온한 수면으로 인도한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지할지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시 4).
신뢰는 어떤 저녁기도문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주하며
전능자의 그늘 아래에 사는 자여
나는 여호와를 향하여 말하기를
그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이는 그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심한 전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
그가 너를 그의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에 피하리로다(시 91).
이 구절들이 조금씩 내 마음의 중심에 스며든다. 이들은 단순한 관념이나 이미지, 또는 비유의 수준을 지나 실존이 된다. 힘겨운 노동이나 팽팽한 긴장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너나없이 안전하게 거하는 걸 꿈꾸며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머무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는다.
혹시 감옥에 갇힌다면, 또는 굶주림과 고통, 고문, 굴욕감에 시달리게 된다면 이 시편들을 빼앗기지 않기를 소망하며 기도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시편들은 내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게 해줄 것이다. 다른 이들을 위로할 힘을 줄 것이다. 압제자나 고문기술자와 맞서는 가장 강력하며 가장 혁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굳이 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그 마음에 시편을 간직한 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도록 마음에 시편을 새겨야겠다. 그래야 거듭 고백하고 또 고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인생들아, 어느 때까지 나의 영광을 바꾸어 욕되게 하며
헛된 일을 좋아하고 거짓을 구하려는가.
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경건한 자를 택하신 줄 너희가 알지어다.
내가 그를 부를 때에 여호와께서 들으시리로다(시 4).
그게 바로 수많은 상처들을 진실로 치유해줄 수 있는 기도다.
- 헨리 나우웬 <제네시일기>(최종훈 역) p.142-143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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