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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한* 여성의 경험을 읽는 일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winter_inspired 2018. 5. 8. 22:51

 

조금 프롤로그 - 이런 이야기는 여성만의 ? 그럴수도 있지. 그런데 다만..

기자 출신, 할리우드의 성공한 극작가이자 영화 감독. 90년대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사람. 그런 사람이 쓴 회고록이다. 압도적으로 여성팬이 많은 건 사실일테지만,관심이 없을 남자들에게 추천할 매력 포인트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 한동안 배앓이를 했다.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을 탓하고 탓하다가, 다음날 나는 꿈을 꿨다. 좋아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서 내가 그렇게 내키지 않은 사람과 아무 준비 없이 결혼을 하는 . 심지어 속의 나는 화장도 대충했고(‘난 이런 날까지 화장을 대충하냐 속상+자책한 기분이 아직도 선명), 앞에 있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을 깽판 내주길 애타게 바라는 되게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정말 끔찍한 꿈을 꾸고서 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게으른 자신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발전하길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끝내 이겨내어 무언갈 쟁취할 것인가,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결과, 나는 둘을 모두 선택했다. 나는 주제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헛짓거리를 줄여나가기로 다짐하였고(무모한 모험이나 도전을 하지 않기, 매사 150% 남들보다 50% 준비하기 ), 반면 애써 발전시켜 것을 외면하진 않기로 했다(비록 미비할지라도 발전할 . 퇴행길을 걷진 말자). 글은 선택의 결과다. 끔찍한 경험 나는 글쓰기라는, 생각을 정리하는 두려운 작업을 한다. 생각만큼은 책임질줄 아는 사람이 되자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남자들이 재밌게 읽을 있을까?

, 그럼요. 그리고 읽으세요.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때까지. 유명한 여성의 사소할 있는 서사와도 친해져보세요. 재밌어요.

만약, 작가의 모든 작가의 조건이 동일한 채로 성별이 남자일 , 나는 이런 질문이 불필요할 거란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결국 이건 책임이다. 책을 재밌게 소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하고싶던 이야기

전직기자 노라 에프런

대학생 시절의 노라 에프론은 가지 마음의 계기로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여성 기자의 강연 언론계에 여성이 아주 드물다는 알고선 그녀는 미치도록 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또한 기자가 되면 멋진 기자 남성과 데이트할 있을 같았다. 졸업 에프론이 남초사회에서 기자가 되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1960년대, 언론사에 채용된 젊은아가씨들의 역할은 대부분 기자들의 다양한 잡무를 보조하는 동시에 기사 발행에 대한 각종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었다.

“비난은 제일 처음 그 이름을 잘못 적은 (남성) 필자나, 수많은 (남성) 선임 에디터들이나, (역시 남성) 카피 에디터들이 아니라 그 기사를 체크한 두 명의 (여성) 조사 담당들에게 떨어졌다. (...) 이런저런 일들을 다 겪고 난 후에 보니, <뉴스위크>에서 성차별이 얼마나 깔끔하게 제도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남성에 대해 여성은 열등한 존재였다. 모든 남성 필자들 아래에 허드렛일을 다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p.38)

우편담당, 자료정리담당, 조사담당  언론사 다양한아가씨경험을 섭렵한 에프론은 꿈꾸던 기자가 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한 여성의 냉소 섞인 고백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사랑해왔다. 나는 편집실을 사랑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그 집단을 사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스카치를 마시고 포커 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직업에 종사했다. 나는 스피드를 사랑했고, 마감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신문지로 생선을 포장하는 것을 사랑했다.” (p.48)

결국 쟁취해 일과 그로써 얻는 자부심은 읽는 나의 피를 끓게 하고, 많은 여자들도 그랬을 것이라고 확신하다. 자부심의 경험은 90년대의 샐리(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애니(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캐슬린(유브 갓 메일)이라는 견고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저 앞으로 전진할 뿐인 그녀들은 알게 모르게 내가 꿈꾸던 롤모델이 되어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로맨스를 기다리지 않으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여자들. 그녀가 만든 캐릭터를 보고 자란 나의 어릴적은 얼마나 소중한가. 연말에 친척집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내복입은 채로, 티비에서 방영해주던, 사랑을 찾아 시애틀로 무작정 날아가던 애니 일곱살 !

기억에 대해

책 제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철들면 버려야 하는 판타지에 대하여원제는 I remember nothing and and other reflections. 69세가 에프론의 일종의 회고록 같은, 하지만 그녀 특유의 이야기 방식이 제목에 드러났다.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내 사랑 미트 로프' 편에 등장하는 줄이지만, 나는 한국어 제목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노년의 작가가 자기 삶을 판타지 없이 돌아보는 이 쿨함. 모든 일상적인, 그저 사람의 일들일 뿐인 이야기를 미화하고 판타지로 포장한다면 애초에 노라 에프론 스타일의 회고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녀만의 재치를 잔뜩 담아놓으니 시트콤 보듯 터지기 일쑤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i remember nothing) 제목처럼, 에프론은 자신에게 있어 *영예로울*만한 인생 사건들의 중요한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가령 엘리너 루즈벨트를 만난 일, 비틀즈가 처음 뉴욕에 온 사건, 워싱턴에서 있던 대규모 반전시위 현장 등.

자기 신화로 얼버무릴만한 기억 대신 자잘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남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노년을 맞은 푸념이나 위기감이라기 보다는 그저 에프론 스타일의 이야기 방식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사람들이 사랑한 그녀의 영화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진짜 보고팠던 노라 에프론의 이야기 말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이러한 에프론의 회고에서 상징적이다. 소제목은 전설. 어머니가전설 이야기가 흥겨운 이유는 전형적이지 않아서다. 솔직히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에프론이 어린 시절, 손님으로 초대한 유명 칼럼니스트를 집에서 내쫓는 어머니에 대한 에피소드. 이름난 극작가였던 노라 에프론의 어머니는 전문적 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하는 당시 보기드문슈퍼우먼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말년은 에프론에 의하면 알콜중독으로 인해 미치광이 같았다. 에프론에게 어머니의 이러저러한진짜모습들, -전형적 신화/판타지로 만들 만한- 화려한 이력이나 극심한 파탄의 기억은 그저 거들뿐이다. 결국 그녀에게는딸들 얼굴 시간은 있으세요?”라고 물어본 여자가 자기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쫓아낸 일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실로 확인되면서 어머니는 위대한 전설로 부상하는 것이다! 잃어버린판타지 이렇게 획득되었다.

모든 인생들은 어떤 의미에서 코미디가 자격들을 얻고있다. 우리 인생에서 영화의 조각들이 만한, 전설이 순간들은 이렇게 터지곤 한다. 에프론의 글은 일상의 일들을 조금은 가볍고 유쾌하게, 그리고 웃기게, 그리고 소중하게 만들고픈 충동이 일게한다. 바로 지금 이야기를!

쓰고싶다

에프론의 기억을 읽고나면 매우 기록하고 싶어진다. 내가 맞이하는 굵직한 사건들 말고, 자잘한데도 굉장히 재미나고 소중한 기억들의 일련에서 내 얼굴을 찾아낼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난다. 맘에 때까지 카페의 자리를 옮기고, 앞머리 정돈이 어려워 때론 이게 나를 하루종일 위축시킨다는 말들이 너무 사소하고 우스운데, 쓰고싶. 허겁지겁 출근해서 화장품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에서 몰래 화장하는(해야만하는) 기분, 지나치게 실없이 웃는 남자애한테 이유없이 정이 떨어지던 기분. 세상 쓸데없을 같은 기록들인가. 맞장구치고 공감하고 웃을 있는 여성의 이야기는 그 사소한 일상의 기록 속에서 존재한다. 많은 작은 이야기도 발굴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누가 알겠나, 거기에 뭐가 담겨있을지. 에프론의 영화에서 뉴욕이 소중하듯, 서울도 그렇게 될지.  누군가는 그게 읽고 싶을지. 말하여지고 들려지는 이야기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겨나는 없는 기분도 분명히 있다. 노라 에프론의 글이 정말 그랬다. 어쨌든 결론 : 로맨틱 코미디는 정말 소중해.

 

 

노라 에프론(Norah Ephron) 저 / 김용언 역,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반비, 2012 

원제 : I remember nothing and other reflection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