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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벨라, 비테브스크 -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

winter_inspired 2018. 9. 23. 03:18


지난 금요일에 본 샤갈전의 여운이 너무너무 크고, 얼만큼이냐면, 평생 가져갈 만큼.

마르크 샤갈의 아내 벨라 샤갈은 비테프스크 동네의 소문난 수재였다. 벨라는 그녀의 능력으로 남편 마르크의 예술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결혼을 한 뒤 벨라는 남편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게 얼마나 기뻤으면 마르크는 많은 작품에서 꽃을 아주 강렬하고 아름답게도 그렸다. ‘색채 마술사’란 별명도 이렇게 얻어졌을 거다. 그의 그림에서 부부는 종종 꽃에 둘러싸이기도, 숨어있기도, 꽃에서 피어나는 듯도 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늘 마을 하나가 잔잔하게 흐른다. 고향집 비테브스크에 대한 그리움이 그 행복한 마음 한구석을 지키고 있다. 마음의 뿌리는, 비록 나고 자랐지만 쉽게 다다를수 없던 그 고향집에 있었던 걸까. 그림 한점에 사랑과 행복, 아픔, 그리움 모두를 불러들인다.

어느 깊은 밤을 날아서 그 동네, 비테브스크로 간다. 자유로운 몸이 되어 사랑스럽게 동네를 내려다 보는 한 남자. 그 남자는 마치 마르크 샤갈 자신이 되어 그가 그곳에서 제일 보고싶을 장면을 구경한다 - 마르크는 마치 이것을 상상하는 듯하다. 벨라와 함께 어릴적의 그 옛 동네에서 서로 사랑하고 있는 모습과 같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은 마르크 샤갈의 그림을 보며 생각한다. 마르크가 벨라를 아주 일찍 여의게 된 걸 모두가 아는 상태에서, 벨라 없는 마르크의 삶이 어떠했을지. 이렇게 그림으로 늘 '멈춰있는' 사랑을 기억했을 마르크는 또 얼마나 큰 그리움 속에 살았을까 하고. 

온통 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폭 빠져 있던 시간, 전시장을 나서는 내 마음이 그러했다.

"생각 속에서 혹은 영혼 속에서 나는 나의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저에게 있어 스테인드 글라스란 저의 심장과 시상의 심장 사이에 놓인 투명한 칸막이와 같습니다. 성서를 읽는다는 것은 한줄기 빛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p.s. 북적이는 게 싫어서 도슨트 안내를 받은 적 없는데 이제부터는 시간 맞춰서 꼭 받기로 다짐! 도슨트가 샤갈전을 준비하며 느낀 감상까지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스페셜 땡스 투 도슨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