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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 일기> 7월 12일

winter_inspired 2020. 7. 23. 02:33

‘바깥세상에 사는’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편함 근처를 서성거린다면,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생각을 해주기는 하려는지 안달복달 궁금해한다면, 어떤 의미로든 공동체에서 탁월한 존재가 되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손님들이 이름을 들먹이며 찾아주는 환상을 버리지 않고 았다면, 원장이나 다른 수도사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면, 더 흥미로운 일과 자극적인 사건들을 끊임없이 추구한다면, 마음에 하나님이 머무실 조그만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이상 편지 한 장 오지 않을 때, 생각해주거나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이가 아무도 없을 때, 평범한 수사로서 더도 덜도 아닌 형제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할 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내 존재가 지워질 때, 비로소 마음과 생각을 충분히 비워서 하나님이 당신의 임재를 드러내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참다운 기회를 드릴 수 있을지 모른다.

헨리 나우웬, <제네시 일기> p.90-91 / 최종훈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