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로 가며 <제네시 일기> 읽을 때가 도래했다. 내 이너 피스를 위해 몇자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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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수요일 일기 중)
“일단 세상을 등지고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다”는 문장이 내 중심을 뒤흔든다. 거기에는 모든 걸 버리고 따라오라는 예수님의 부르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막 교부들의 목소리들까지 담겨 있다. (...)
존 유드 원장은 말했다. “의학을 전공하는 내내 달갑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입버릇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괜찮아, 조금만 있으면 이 상황이 다 지나가 있을 거야.’ 해군에 복무하면서 군대체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면 제대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트라피스트 수도사 훈련을 받으면서부터는 그런 비상구가 완전히 사려졌습니다. 이번에는 ‘평생’ 머무를 작정으로 시작한 일이었으므로 힘들거나, 불쾌하거나, 달갑지 않은 문제가 생겨도 받아들여야 했으며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도구로 여기고 살아야 했습니다.”
잔뜩 겁을 먹고 주저하는 심령을 정리하지 못한 채 한사코 두 세계에 양다리를 걸치고 싶어 하는 건 이런 식의 극단적이고 절대적인 마음가짐, 전폭적인 포기, 무조건적인 복종, 하나님의 뜻 앞에서 보이는 단호한 순종 같은 요소들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은 실족하고 비틀거리게 된다.
헨리나우웬, <제네시 일기> p.88-89 / 최종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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