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와서 익숙한 거랑 잠시 떨어져서 그럴까 이승윤의 노랫말이 콕콕 박힌다. 이승윤의 노래 테마 중 하나가 그리움인 것 같기 때문에. 처음 호주에 도착한 날, ‘달이 참 예쁘다고’ 가사가 많이 생각났다. 가끔 내가 그리운 감정에 사로잡혀 너무 질척거리는 것 아닌가 싶은 때가 많은데, 그리워하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나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이승윤은 때론 우리가 살아본 적 없는 과거에 과한 의미부여를 경계하지만(관광지 사람들), 한편 낡은 것 안에 깃든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새롭게 쓰고싶어, 무얼 훔치지), 먼 과거에 존재했지만 흔적조차 남지 않은 사랑의 마음을 기억한다. 바로 내가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른 지난 11월 신곡 ‘폐허가 된다 해도’. 이 노래는 첫줄의 아름다움이 너무 압도적이다. “저 허름한 폐가에서도 사랑이 있었겠지.” 아 이 한줄에 눈물이 그렁그렁. 온 우주에서, 전체의 시간에서 나의 존재는 그저 점이겠지만, 그 점이 된 시간에서 자기자신을 다 던져 외친다. 사랑한다, 했노라… 무한한 시간 속에 우린 결국 없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시드니 외곽의 늦여름밤, 선선한 도서관이다. 나중에 이 노랠 들을 때마다 이 느낌이 생각날까봐 벌써 조금 아득해. 노래는 들을수록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워서 결국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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