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감상문

[내맘대로 감상] 이승윤 — 새벽이 빌려 준 마음 (2019)

winter_inspired 2021. 5. 16. 19:31

시간이란 지나면 영영 잃는 것 같지만서도, 결국엔 돌고 돌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기도 하니 시간과 계절이란 건 한편 얼마나 귀중한 약속인지. 아침과 오후 내내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든 다시 밤은 온다. 봄과 여름의 지난한 시간을 거쳐 늦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 모든 소란이 잠잠해 지는 때가 온다.

오랫동안 새벽이 빌려준 마음에 기대어 살아,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항상 어렵다. 내가 살아내야 할 저 소란스런 공간에 발 디뎌야 또 이 하루가 지나갈텐데, 발 들여놓지 않고서 아무 것도 일어나는 게 없는데. 저 너머 아침이란 곳은 내 소리가 가닿지 않고, 무지개마저 말라버려 빗줄기가 끊일 줄 모른다.

그 와중에 신은 사람이 되었고, 그것도 우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내 분주한 마음이 잠잠해지듯, 한참 방황하다 돌고 돌아서 내가 다시 돌아오는 곳은 울고 있는 신의 품이다. 놀랍게도 정말 그렇다.

p.s.
오늘은 승천대축일이라고 한다. “예수의 승천 사건은 루가복음의 결말과 사도행전의 시작을 연결합니다. 부활 사십일 째 일어난 승천은 부활의 기쁨이 사십 일의 고난(사순절)을 넘어섰다는 뜻입니다. 이 기쁨은 열흘을 더해 성령강림절(오순절)로 이어집니다.” (오늘자 주보내용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