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과잉해지고 있는 이승윤 노래 과잉해석. 아니 그냥 과잉감상. 여튼 이 노랠 들으며 사랑하는 영화 일포스티노를 떠올려도 될지. 사람을 표현하는 존재로 좁혀서 보면 어쩔 땐 표현이란 건 전부이다. 표현을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는다.
글도 모르던 우편배달부가 글을 읽고, 만물을 시로 표현하게 되었을 때... 그는 더이상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 것이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전율을 느낀다. 산이랑 바다랑 사랑하는 사람을 은유로 표현하는 게 뭐가 대수냐 싶지만, 그는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은유 속에서 자유를 찾게 된 시인이 갑자기 점프하여 목숨을 던질 용기를 가진 적극적인 발언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간극을 채우는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 시적 허용 없이 말을 뗄 수 없는 사람, 무수한, 너무나 현실적인 고민에 뒤엉킨 채 어찌 움직여얄지 모르겠는 사람이 있다.
시적 허용이라는 허울 좋은 말, 허영인지 헷갈릴, 누군가에게 가닿지 않아 아무 효용 없이 떠돌기만 하는. 언어를 얻은 이상 이미 다시 돌아가긴 글러 보이는데, 나아갈 방향도 모르겠으니 막막하다. 내 마음 속, 일기장 속을 빼곡히 채운 채 부유하는 말들은 갈 길을 잃었다. 아무 소용이 없다면 이것들이 나에게 주어진 이유는 뭘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아닌, 차라리 사랑하는 마음인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아무 쓸모 없고 초라하기만 한지.
(덧)
아침에 출근하기 싫다 생각하다 이승윤 노래 들으면서 가야지 생각하니 괜찮아졌다. 늦은 촬영 끝나고 터덜터덜 걷다 들을 때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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