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 weeks nightmare / that is ok / 스웨터 / 로넌키팅

방송일에서 최악의 상황이 몇개 있다. 이번주는 그 중의 하나인 출연진의 돌연 취소와 일정 변경 요청이 발생. 다시 조율하고 구성 다시 하고 장소 다시 잡고, 이걸 해결하면 저게 터지는 연말특집 너무 다사다난해 돌아버리겠다. 그래도 잘 해결하여 피디님이랑 일단은 웃었는데… 이제부터는 난리가 나도 손 쓸 시간도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는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제아무리 유리멘탈이어도, 마치 근력 운동처럼, 기본값 정도는 필수적으로 멘탈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혼돈의 상황을 잘 관리 못한 거 같아 순간 자책을 했지만 금세 관뒀다. 자책을 안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큰 고비는 넘겼지만 올해까지 더 남아있는 몇 개의 고비들 제발 빨리 끝나버려라, 암울해 ㅠㅠ

어제 사랑하는 후배의 결혼식. 오랜만에 본 반가운 얼굴들이 참 좋은데, 내 친구들 하나 없던 그 자리를 떠나 나오는데 마음이 휑. 조금 힘주어 웃다 나오면, 물론 반가운데 더 반가운척 하면, 그럴수록 더더욱. 난 원래 잘 웃는 거지 웃음의 가면 따위 쓰지 않는다고 믿어 왔지만 군중 속에서 외로우니 할 수 있는 게 수더분하게 깔깔 웃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 사랑하는 후배는 정말 예뻤고,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난 거 같고, 스쳐가는 시간이 떠올라 나 혼자 찡했고.

애정을 주고싶은 사람이 필요해. 내 마음이 얼마나 구체적이냐면, 그런 사람에게 내 맘에 드는 스웨터를 사 입히고 싶다. 스웨터를 선물하고 싶은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요새 내 주변은 데면데면한 관계들로만 가득해 복잡한 관계가 그립다. 하지만 겨울은 성큼 다가왔고 난 곧 떠나야 해… 스웨터를 먼저 사둘까?

나는 어렸을 때도 쿨하고 싶어서 외롭지 않은 척 했다. 외롭다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나를 구분지었던 못된 사람이었다🥲 나는 스스로 외로움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 다 아니다. 그냥 혼자 잘 노는 사람인 것 뿐이다. 내 친구가 표현했던 것 처럼, 내가 “아”하면 똑같이 “아”가 아닌, “야”라고 할 사람이 필요하다. 최고의 비유!

이번주에 부총장님한테 다시 메일이 왔다. 지난주에 학생들 이제 입국해도 됩니다~ 라고 말했으면서… 다시 좀만 기다려보시죠ㅠ 라고ㅠ

대림 2주.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모든 골짜기는 메워지고 높은 산과 작은 언덕은 눕혀져 굽은 길이 곧아지며 험한 길이 고르게 되는 날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루가 3:4-6) 이 말씀, 정말 감탄이 나왔다. 주님 오시는 준비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교회 끝나고 햄버거 사묵고, 캐롤 악보 하나 사들고 왔다. 내 수준에 딱 갱장히 칠만 하다.

그래, 이제 솔직해져. 너는 로넌 키팅을 좋아한다. 최근에도 신보가 나왔는데, 어쩜 u2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리멕했는지. 아일랜드에 대한 애정 뿜뿜인 이 아저씨의 여린 감성을 어떻게 나몰라라 하겠는가. 그으으래도 내 기준 마스터피스는 딱 두 개다. 보이존 때의 no matter what과 2009년 솔로 앨범 winter songs. 이 앨범은 진짜, 너어어어무 좋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 낙엽이 어느만치 다 떨어지고 코끝이 좀 시리다 싶으면 무조건 이 노래가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거다. 2009년 학교 가는 길에 CBS 라됴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에서 수록곡 stay와 신보 소식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겨울엔 늘 이 앨범과 함께 한다. 몇년 뒤 그 기억을 사연으로 보내 커피도넛 쿠폰을 받았다.

p.s. 이번주 너무 바빠서 피아노 레슨 많이 빠짐..

선생님 저는 틀렸어요 먼저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