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도 제대로 못 놀고 여름이 끝났다. 이 시국에 뭘 놀아 싶지만 마음이 안 그래… 계절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지나가면 왜 이렇게 억울하지? 물리적인 시간 말고, 마음의 공간과 힘을 조금씩 키우면 될 일… 그걸 올해도 실패했기에 이렇게 억울한가봐.
2. 이번 여름엔 정말 매주, 특히 주말이 다가올 때면 ‘아 놀아야 하는데, 언제 놀지, 어떻게 놀지’ 하고 뭔가 계획을 세워보려 버둥거렸다. 놀지 못해 생긴 한은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 미련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길래 그제야 이미 가을 문턱에 와 있다는 걸 실감했다.
3. 그걸 깨닫게 된 이유 하나는 바로 3일 전 걸려 온 전화 한 통이다. 옛 추억을 나눈 분과의 전활 끊고 그날따라 한참 동안 옛날 다니던 그 곳이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다. 기약 없이 언제 한 번 가야지 생각만 하던 그곳에 당장, 반드시 가야겠다는 결심이 빛의 속도로 세워졌다. 그렇다… 그리움이 모든 걸 다 이겨버리는 계절이 온 것이다.
4. 그래, 그 계절이 왔구나를 다시 한 번 실감한 건 그 다음날 산책길에서였다. 어느새 내 손이, 귀가, 마음이 지들 멋대로 나탈리 콜의 노래를 검색하여, 듣고, 뭉클해지고 있는 거다. 정말 벌써 그 계절인 거야? 누가 그랬다, 나탈리 콜 노래 유치하다고… 하지만 또 누가 그랬어. 나탈리 콜 노래를 들으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도 그래.
5. 오늘 나탈리 콜의 노래를 신나게 들으며 그곳을 다녀왔다. 기분이 어엄청 이상할 줄 알았는데 웬걸 그냥 엊그제 왔던 데 같아서 그게 더 이상했다. 갔다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제 한동안 가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 것 같아서.
6. 그렇지만 나탈리 콜의 발라드 없이 가을을 어떻게 나. 나는 그렇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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