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4

깨끗한 손과 해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

느즈막히 일어나 운동하고 청소하고 세수하고 운동화 빨고(몇달째 숙원사업 드디어 성공) 아침 먹고 묵상을 했다. 어쩌다 연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오늘의 묵상. 하느님이 만물의 주관자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눈 앞에 닥친 게 항상 인생 목표가 되는 나를 수그러 뜨리는 하느님. 에베소서에서 감옥에 갇힌 바울의 여유로움과 순도 100%의 당부는 그의 관점이 주님의 일에 활짝 열려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걸 아는 사람은 “평화의 줄로 묶어 하나가 되게 하신 걸 그대로 보존하고록 노력”하라고 한다. 한분이신 하느님처럼 믿음도 세례도 하나다. “그분은 만물 위에 계시고 만물을 꿰뚫어 계시며 만물 안에 계십니다” 시편에서는 하느님의 전지전능을 “이 세상과, 그 안에 것들이 모두 주님의 것, 이 땅과 ..

2022 2022.10.21

i won’t last a day without you

그 어느날들. 예전에도 쓴 적 있지만 이 노래 듣다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어 다시 한번 끼적이려고. 이 노래 가사랑 멜로디 멋진 건 너무 당연하고 마지막에 일렉기타랑 드럼이 빠방하게 나오는데 들을 때마다 만족감 장난 아님. when there’s no getting over that rainbow when my smallest dream won’t come true i can take all the madness the world had to give but i won’t last a day without you

2022 2022.10.20

주님은 바르고 옳은 일을 사랑하시며

공부하러 호주 온 건데 정말 멍청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사람(나)이 건조하고 매력(내가 날 사랑할 최소한의 매력) 없던 적이 있던가. 물론 있었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했을지도. 책 한권 진득히 읽지 못하고 영화를 찬찬히 곱씹어 보지도 않는다. 최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분명 내가 노력해야 채울 수 있는 부분에서 아주 게으르다. 의지박약은 마음이 아니라 뇌의 문제라는 글을 오늘 봤는데 그럼 뇌가 어서 깨어날 수 있길. 어서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봐야지. 오늘의 말씀 두 구절 새겨본다. “(…)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박고 사랑을 기초로 하여 살아감으로써 모든 성도들과 함께 하느님의 신비가 얼마나 넓고 길고 높고 깊은지를 깨달아 알고 인간의 모든 지식을 초월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빕..

2022 2022.10.20

i feel it in the way

늦은 오후, 빛이 좋았던 어느 날 구름이 꼈지만 맑은 날이 있다. 이상하게 아주 청아하고 말간 노란 빛이 드는. 그날 기차에서 그 볕을 보고 마음에 밝은 기운이 가득찼다. 예쁜 볕을 봤다고 인생을 긍정하게 되는 현상, 정말 개연성 없으나. 나는 눈 앞의 일로 언제나 그렇듯 아등바등 하는 중이다. 이 일을 해결해달라고 기도하게 되는 나지만 생각보다 조급함 때문에 힘이 들진 않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결국 하나님께서 내가 했으면 하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꾸준히 그런 일을 해왔다는 것과 꺾이지 않는 어떤 마음의 소망이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여기 더 있게 된다면 그건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가끔 그 인연들이 소중해, 이렇게 헤어질 인연이..

2022 2022.10.18

한국에 갈까 아님 여기에 더 있을까

생각해 보면 항상 괜찮은 일을 해 왔다. 대학원에서는 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논문을 썼다. 첫 직장에서 담당한 일은 소외지역 아동들에게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평화, 인권, 자유, 창의성, 기후변화 대응 등을 신나게 떠들고 듣는 일을 했다(놀랍게도 퇴사와 동시에... 그 회사는 그게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내 변함 없는 기도제목 중 하나가 사실 내 삶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게 놀라워서 포스팅을 남긴다. 곧 난 까먹고 또 다시 불평불만 가득한 사람이 될 것임을 알기에. 그 기도제목이란, 비루한 나에게 주시는 주님의 고결한 생각을 멈추지 않게 해달라는 것. 나의 좁은 마음을 그걸 담기에 부족한데 왜 자꾸 이런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날 만드신 걸까? 생각이 ..

2022 2022.10.06

all i ask

탕자의 비유. 어릴적엔 탕자에 집중하게 되고, 좀 커서는 억울해하는 큰 아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래도 곰곰 생각해 보면 난 탕자네 싶은데. 오늘 목사님 말씀, “아들 둘 다 탕자다.” 어젠 비가 오고 스산하더니 오늘은 볕이 좋고 바람이 많이 분다. 트레인역에 걸어가는 데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어떤 노래가 생각나 들었다. 그 노래를 자주 들었을 때 너무 좋아하던 사람이 생각났다. 이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반갑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니 그 이상으로 아주 좋은 친구로 남은 사람. 같이 만나 이야기 나눠도 그때 감정은 들지 않고, 설령 든다고 해도(그런 적은 절대 없지만) 무쓸모인데. 오늘 그 노래에 대상 없는 감정만 잔뜩 들어 눈물이 핑 났다. 이거 은근히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가보다. 오롯..

2022 2022.09.04

구월

구월이 되었는데 마음이 칠월로 돌아간 거 같다. 오늘은 또 그때처럼 추워… 그때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emotional했고 지금은 그냥 슬프다… 끝이 있어 기쁠 수 있는 건데 그걸 알면서도 마치 그날이 안 오는 마냥 기뻐하는 인간은 어리석구나. 구리고… 요즘 내 올타임훼이보릿 클레이 앨범 듣는데 한국에서 들을 때보다 50배 좋다. 시상에~~ 호주에 와서 여지껏 나는 계절의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다. 더군다나 어제 따뜻한 바람이 불고 오늘은 서늘한 바람이 부니, 지금이 겨울인지 여름인지 봄인지 가을인지 명확하지 않아 나만의 계절 감성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지경인 것. 그런데 그냥 지금 이 노래 들으며 시드니 한복판을 걸으면 무슨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그냥 지금이 뭔 계절인지 몰라도 그 계절이 ..

2022 2022.09.02

바람은 울적함도 씻어낸다

우울은 수용성이다 라는 말처럼 울적한 마음이 바람에 조금 밀려간다는 압축적인 표현이 필요해. 가끔 이 행복이 문득 무섭다. 기어코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와버리고 만. 마냥 깔깔 웃다 어느 순간, 이렇게 마음을 쏟으면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때 🥲 감사하고 두려워.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뜻하지 않게 지금을 만나서 그냥 옴팍 빠져있다. 이별이 너무 슬프지 않으려면 나는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아 ㅠㅠ 아무튼 오늘 낮에 커피 사러 나간 산책이 차암 행복했다. 정말정말루.

2022 2022.08.31

윤종신이 짓고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

호주 자취방에서 갑자기 오열을 한 기록을 남긴다. (ㄴr는...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다름 아닌, 정말 생뚱 맞게도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을 듣다가. 그리고 이 곡을 쓴 윤종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참 생각했다. 먼저 가장 놀라운 게 이 노랠 들으면서 이입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거다. 윤종신이 정인과 조정치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는데, 많은 훌륭한 노래들이 그렇듯이 노래의 그릇이 크다. 그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인이 2018년 평양 공연에서 이 노랠 불렀기 때문인데. 이 사실은 언제나 내 울음 버튼이 될 것이다. 4년 뒤에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들으니 정말 눈물을 멈출 수 없더라. 조금 평화가 찾아오고 있나? 생각하던 순간에 이 노래가 주던 울림이 컸는데, 다시 가시밭길이 시작됐구나 싶으..

2022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