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was so hard for you and that you had to struggle in-front of the whole world.” (힐러리 더프 인스타그램)
소식을 듣기 딱 3일 전 그 사람의 노래를 들었다. 마음을 안심시키고 좋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서 일부러 그랬다. 내 인생의 전성기, 설레는 꿈을 꾸고 대중 문화를 양껏 흡수하던 그때, 선물 받은 생애 첫 씨디플레이어에 씨디를 넣고 ‘재생’을 누르니 샤샤샤샤샥 돌아가던 씨디가 마침내 첫 음을 딱 재생시킬 때 난 마음이 아니라 온 몸으로 벅찼다.🥲 아이고 소중해라. 소중한 기억이야 백 개 넘게 나열할 수 있겠지만 굵직하게 요약하면 딱 그런 경험인 거다. 그냥 그런 세대잖아. 대중 가수가 개인 인생에 큰 점 하나를 찍는 역사야 내 앞과 뒤로도 꽤 유구한데, 여튼 나도 그랬지. 그때 나를 둘러싼 모든 건 어떻게든 그 가수와 닿아있다. 멀리 봤을 땐 이상과 꿈과 미래와, 가까이 봤을 땐 씨디들과 아직 내 서랍에 고이 쌓여있는 그의 인터뷰 스크랩과 브로마이드, 이메일 아이디까지… 그야말로 그의 노래 제목처럼 I’m all about you(의역하자면 ‘온통 너야’)였던 그때. 우스워, 우습지만 또 우습지 않은 건, 이렇게 3n살이 되었어도 그 가수의 노래를 내 마음이 간절히 원할 때가 있잖아. 이런 나를 보면 어쩌면 인생의 방향은 자기 ‘전성기’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주 마음이 쏠린다. 내 기준에서 그 전성기라 함은… 돈을 많이 벌었을 때나 성공했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뭔가를 순수하게 흡수하고, 좋아서 미치고, 벅찬 마음이 결국 지붕을 뚫어 버리는 그런 때.
물론 그 시간이 그 가수에게 양날의 검이 되었다는 건 지금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아주 뼈 아픈 사실이었다. 그런데 난 나와 그 가수가 주고 받은 현대사회 자본주의 교감에도 진심이 있고 사랑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가 단지 인기와 명성에 도취되어 자본가들의 꼭두각시가 된 상처투성이 인간만은 아니라고.
#나는 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가본 적도, 잘 알지도 못하는 캘리포니아의 여름을 떠올렸다.
#찌인한 겨울바다가 떠오르는 트랙도 있다. 우연히 가족끼리 겨울바다를 갔을 때, 고이 챙겨간 씨디의 한 트랙 덕분에 그날은 내 생애 최고의 나들이가 되었다.
#멋진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똑똑하고 빨간 니트에 올림 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싶었다.
한편, 그 천진한 웃음을 보면 난 마냥 자라지 않는 아이이고 싶었던 것이다.
#산드라 블록의 이름을 처음 머리에 새긴 건 온갖 자료에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내 휴대폰 배경화면과 인스타 프로필 사진은 산드라 블록이다.
#‘freshly squeezed lemonade’, ‘ain’t nothing gonna break my stride’, ‘you asked the question and the answer lies in you’, ‘don’t stop dreaming girl, i’ll be right here to lean on’, ‘one bad apple, don’t spoil the whole bunch’… 평생토록 잊을 수 없게 마음에 꾹꾹 새겨진 사랑스런 문장들.
그냥 조금만 돌이켜 봐도 너무 많은 행복을 내게 준 것이다. 그 시절 내내 나의 생각이 그 가수와 닿아 있는 한 난 내 미래를 낙관하고 현실을 즐겼다. 그러는 동안 그도 행복했을까? 당연히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어떤 어둠이 드리웠다 한들, 나와 그 가수가 서로의 손뼉을 마주쳤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시대에 만나 하나의 정서를 나누고, 그가 열정으로 준비한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다른 세계를 상상하며 내 세계를 넓혔다. 잡으라고 던지는 걸 기가 막히게 받아내고, 먹으라고 던져주는 걸 맛있게도 받아 먹었다. 뭐가 더 필요해? 더할나위 없이 천진난만하게 마냥 행복했는데. 그리고 자꾸 그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려는 때가 있는 걸 보면, 여전히 내게 살아있는 유효한 행복이다. 바로 그 소식을 듣기 3일 전처럼.
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예전의 명성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시 돌아가야 할 마음이 있다고. 그래서 그 표정을 찾을 수 있길 말야. 결국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무너져 오늘은 버스에서 울었다야. 네가 행복해지기를 자주 바랐었는데. 그때 네게도 순수한 행복이 있었다면 지금은 꼭 되찾았기를 바라. 난 네 덕분에 잘 살 수 있었고 난 앞으로도 네 노래 들으며 힘낼 것 같아! 동시대를 살아 함께 손뼉 마주친 순간이 있어서 너무 감사해. 많이 많이 고마웠고, 또 고마워.
“my love for him has never faded. (…) I love you baby brother.” (닉 카터 트위터)
p.s. 아론 카터의 부고를 듣고 너무 슬퍼 나의 방식 대로 추모하고 싶어서 썼다. 아직 그 이름만 들어도, 읽어도 내게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 덤덤해지지 않는다. 한번 남겨진 마음의 흔적이란 게 뭔지… 이젠 안타까울 뿐, 애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슬퍼 질질 운다. 아래는 닉 카터랑 BSB 트윗에 올라 온 사진을 내가 저장해두고 싶어 퍼왔다. 나한테도 많이 그리운 순간들이라.






Souces: Nick Carter Twitter (1st-5th), Backstreet’s Boys Twitter (6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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