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 3주를 보내고 오늘로 4주차를 맞았다. 연인과 헤어진 사람처럼 본다이를 생각하면 아직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묵직한 그리움이 몰려 온다. 무슨 평생 그곳에 살았던 사람도 아닌데 고향이 그리워 새로운 곳에 마음을 못 붙이는 사람 마냥, 이걸 봐도 저걸 봐도 시시하고 재미가 없다. 취업이 결정된 날, 본다이를 여행하고 있는 분께 사진 한 장을 받았고 엄마의 눈을 피해 눈물을 닦아야 했다는. 이 정도면 중증이다. 아바타의 교감 촉수 같은 것이 내 머리부터 본다이 비치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아직 마음이 거기 있다는 말이 비유가 아닐 수 있다. 돈도 떨어졌겠다, 원하는 분야에다가,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싶은 지역으로 취직이 되었건만, 나는 기쁘지 않았다. 새로운 챕터가 열리자, 비로소 본다이에서의 나의 챕터는 끝이 났다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분이었달까.
찬찬히 기억을 더듬고, 마주하며 기록을 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돌아와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내 상태를 이야기하다, 문득 이 진한 마음이 흩어지지 않게 어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조급함이 들었다. 나는 내 마음이 계속 본다이에 머물기를 바라기 때문에 머리와 손이 조금 부지런 떨어 주어야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데도 눈물이 맺히고 마음이 먹먹한데, 물갈이도 아닌 향수병에 애를 먹고 있다. 자꾸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라 아예 시작도 못하고 있으니 두서 없이 글을 쌓는 것을 목표로,
본다이와 시드니에서의 꿈만 같은 시간들을 조각글로 틈틈히 남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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