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네시일기> 11월19일/20일

winter_inspired 2018. 11. 28. 01:29

제네시일기가 너무 좋다. 헨리 나우웬이 6월부터 12월 제네시 수도원에 머물던 7개월 간의 기록. 슉슉 읽다가 11월의 일기와 현실 11월이 만나게 되니 속도를 맞추고 싶어졌다. 그 시절 이 계절에 헨리 나우웬이 느꼈을 것들을 나도 묵상하듯이 곱씹으며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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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우리가 살고 있으며 알다시피 수많은 고통이 존재하는 이 세상은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물러나신 영역처럼 보인다. 어떻게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성령을 받을 준비를 끊임없이 갖추어가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게 바로 소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물러서지 않으셨다. 아들을 보내셔서 인간의 한계를 똑같이 체험하게 하셨고 (...) 곧 사랑의 영이 친히 모습을 드러내시는 곳은 인간의 혼돈스러운 고통 그 한복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의 임재를 알아보고 있는가?

헨리나우웬, <제네시일기>, 최종훈 역, p.25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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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증세에 시달리는 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서 만족을 찾으려 하고 정신과 육체를 가리지 않고 어떤 종류의 고통에도 쉬 굴복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차츰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에서 벗어나서 주님과 참다운 관계를 맺지 않고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없음을 절감할 때, 비로소 조건 없이 그분 앞에 엎드릴 수 있으며 늘 그렇게 되기를 꿈꾸게 되고, 사람들이 안겨주는 고통이 중심을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
(...)
어떻게 해야 이런 단순함, 이처럼 내면화된 자존감, 자기가치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존 유드) 원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묵상하세요. (..) 묵상을 하면 거리를 두는 게 가능해집니다. 일정한 간격을 둘 수 있는 일이라면 또한 떨쳐버릴 수도 있는 법입니다.”

헨리나우웬, <제네시일기>, 최종훈 역, p.259-260

(이 일기의 놀라운 점은 “수많은 이들이 ... 가혹한 정신적, 신체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믿음을 지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내 사소한 마음 하나가 나아갈 곳 없을까. 고통 속에 믿음을 지킨 자들의 단단한 마음을 닮아가는 것만큼 큰 용기를 주는 건 없다. 11월 19일 일기는 한줄한줄 다 기록해두고 싶을 정도인데 더이상은 출판사와 역자님께 예의가 아닌 듯.-이것도 문제가 되면 내리겠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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