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년동안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다. 여전히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반응하고 내 세계를 넓히고 있다. 이것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의 행복감이 모든 근심을 덮어버리고, 더할 나위 없다는 기분을 들게 하다니, 너무 작은 것에 만족하는 건 아닐까. 마치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나를 부추기는 것 같았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이라며 시가 도착했다.
<소동> 안희연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거리로 나왔다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고
어제는 우산을 가방에 숨긴 채 비를 맞았지
빗속에서도 뭉개지거나 녹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퉁퉁 부은 발이 장화 밖으로 흘러넘쳐도
내게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다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린 날
초인종이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정 넘어 벽에 못을 박던 날에도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혼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지워진 사람
누군가 썩은 씨앗을 심은 것이 틀림없다
아름다워지려던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어긋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
기침을 할 때마다 흰 가루가 폴폴 날린다
이것 봐요 내 영혼의 색깔과 감촉
만질 수 있어요 여기 있어요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
다 그만둬 버릴까? 중얼거리자
젖은 개가 눈앞에서 몸을 턴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저 개는 살아 있다고 말하기 위해
제 발로 흙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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