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박종필 감독님... 고맙고 고맙습니다.

winter_inspired 2017. 7. 30. 22:34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한다. 가장 미안할 것이 없는 분이. 아무도 사죄하지 않아 그날 이후로 멈춰버린 시간에 살았는데 한 사람이 온 몸을 던져서 우리 모두 움직이는 시간 속에 살게 됐다. 과로 때문에 병이 커진 게 알려지면 혹 누군가 자책할까봐 숨겼다고 한다. 그래서 미안하다 사과하고 떠나는 이와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지도 못하겠다.

아무 연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대학원에서 교수님 연구에 참여하며 이 분의 녹취록을 푼 적이 있다. 비 내리는 10월의 밤들에 13페이지를 빼곡히 채워 간 그의 증언을 두 번, 세 번 들으며 받아 적다가 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어느 순간 잊고 살던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다시 달았다. 그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던 김관홍 잠수사님과 재회했으리라 상상해본다.

추모한답시고, 내가 뭐라고 슬프다고 몇 자 끄적이나. 장애인, 노숙자, 세월호의 진실 등 최전선에서 그분이 무언가를 기록을 했을 때, 그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시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겠지. 길라잡이가 된, 먼저 시작한 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험난하다고 해도 이미 누군가 다져놓았으니까. 내가 그 길에 발 디디기로만 선택하면 된다.

'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촛불의 추억  (0) 2017.11.26
어긋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  (0) 2017.11.12
My summer has just begun  (0) 2017.07.09
음악당 주변을 걸으며  (0) 2017.06.29
what a sleepless night.  (0) 2017.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