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오늘 금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야간전시(6-9) 공짜. 마르셀 뒤샹을 보러 갔다.
뒤샹에 대해 아는 건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 뿐이고 그걸 보러 간 것이나 다름없다. 복잡한 선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이면서 균형잡힌 형태들과 그 움직임의 이 그림은 정말 매력적이다! 시기적으로, 내용적으로 이것이 이후 구조물 작업의 전초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뒤샹은 입체주의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겼지만 사실 이런 그림을 그린 기간이 1-2년 남짓이라는 것에 놀랐다. 화풍과 장르를 역동적으로 넘나든 뒤샹의 작품에선 모든 틀을 해체하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기존의 해석틀을 거부하며 자신의 작품을 지키려는 완벽주의자의 태도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폴 세잔 풍의 회화와 입체주의의 낌새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의 그림도 흥미로웠지만 뒤샹은 이러한 작업을 포기하고 오브제, 구조물 만들기에 집중한다.
여기서부터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져서 매우 피곤이 몰려왔다. 자전거 바퀴와 변기를 이해하려는 의욕이 조금도 생기지가 않아. 그런데 그보다, 뒤샹의 관음증적인 작품 의도에 거부감이 들어버렸다. 어쩐지 그의 입체주의에서 자주 여성의 몸이 등장하고 해체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예술가의 독단이 아닌 관객에게 해독할 여지를 주겠다는 “창조적 행위”, 이를 통해 구현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욕망과 관음의 자연스러운 허용. 그런 단어들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서 뭔가 있어보이게 걸린다. 참 “대.단.한” 예술이 납시셨다 싶었다.
마르셀 뒤샹과 친해지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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