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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나는 기억하였다

오늘의 묵상 하느님이 하시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게 아첨꾼 아닌가. 나도 아첨꾼이다. 하느님이 일을 안 하셔서 못 경험하는 게 아니라 내 눈이 어두운 거니까. "그제야 나는 기억하였다. 하느님이 나의 바위이심을. 하느님이 지극히 높으신 나의 구원자이심을." (시 78:35-39) 그리고 오늘 밤 달리기와 산책을 마치고. 시드니에서의 삶은 대체로 버겁다. 그리고 대체로 황홀하다. 두 가지는 늘 공존하지만 지배적인 감정이 바뀔 뿐이다. 오늘은 버겁다고 느낀다. 황홀함에 못내 미련이 남고 말지만, 그만하면 됐다는 말이 들린다. 주님이 하시는 말일까, 내 생각일까. 오늘은 주님과 오래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내가 꾸려가는 인생, 아등바등 살지 않는 나날. 지금..

2023 2023.06.15

아낌 없이 주는 나무 🌳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학급 문고”라고 해서 각자 집에 있는 책 한권을 가져와 교실에 비치를 해 두는 게 있었다. 나는 그때 내가 제일 아끼던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가져 갔다. 얼마 뒤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옆 분단에 앞뒤로 앉은 서로 친한 여자애들 두 명이 그 책에 색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색칠하기 딱 좋게 생긴 그 일러스트 하나하나가 색연필로 난도질 당하고 있었다. 당장 걔네 손에서 그 책을 빼앗아 집으로 가져왔다. 색칠된 한장한장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졌다. 그 뒤로 아끼는 책을 학급 문고를 위해 가져가는 일은 없었다. 내 것이 빼앗겨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누군가의 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의 억울함은 어쩜 이리도 끔찍하면서도 익숙한지. 아무리 화나도 소리지르고 때리는 ..

2023 2023.06.13

The one who endures will be saved.

(야무지게 제목에 마침표를 찍었다. 단호한 느낌으로) 오늘 달리기를 마치고 걸으면서 (사실 달리기의 하이라이트는 다 뛰고 걷는 이 시간인 것 같기도)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 봤다. 다른 사람에게 잘 나누기 어려운 얘기지만 종종 드는 생각인데 1. 내게서 문화적인 모든 경험과 관습을 빼어도 그 관계는 남아있을까. 2. 내게 신앙이라는 게 정신승리 이상인가. 나는 구원을 경험하고 싶었다. 마음이 어긋나 이루어지지 않은, 예상 가능한 시궁창의 마음. 어쩌면 난 물 밖으로 나오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물 속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익숙하고 지긋지긋한 행동을 반복하는 걸까. 일상을 웃으면서,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가는 척 해도, 어쩜 이렇게 사랑 받고 싶다는 마음에 하루 온종일 옴팡 지배를 받고 산다. ..

2023 2023.06.01

의롭지 못한 희생제물에 의존하지 말아라

오늘 달리기를 쭉, 써큘라키까지 갔다 바랑가루 다시 돌아오는 루트로 7k. 6시 맞춰 하버브릿지 비비드 불 켜지는 거 딱 보고 돌아온 건데 폰은 놓고 가서 사진이 없다. 요즘 폰을 좀 두고 다니고 싶어서 필름카메라 알아보는 중. 오늘 말씀을 보다 집회서를 곱씹는 중. 가끔 뭔갈 갚는, 아니면 내가 희생하려는 저의가 향하는 곳이 “나”인 경우가 있음. 상당히 자주, 아니면 어떤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모습으로.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헌금을, 봉양을 한다. 근데 주님이 뜻하신 제물은 그냥 잘 사는 거다. 내가 율법을 지키며, 계명을 지키며 ‘평화의 제물’을 드리란다. 제물은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남의 은혜에 보답하고 자선을 베푸는 등. 악을 물리치는 것 또한 제물을 드리는 일. 주님은 이렇게 ..

2023 2023.05.30

시드니가 준 선물: 좋은 언니들

정말 사진은 추억용 그 이상이 아니다. (나도 잘찍고 싶다고) 우리 매니저 마리아가 10k 달리기 완주한 걸 너무너무 기뻐해서 내가 다 뿌듯하다. 마리아가 얌차를 크게 한턱 쐈다. 극구 입금을 거부. 다음에 한국 식당에서 내가 쏠 예정. 가끔, 특히 요즘 조금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어느 정도 편해졌다. 뒷담화 할 때,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걸 느낄 때 (누가 자길 어떻게 보는지 지나치게 신경쓴다 싶을 때), 말을 엄청 빨리하거나 (내가 빠르게 말을 못해) 내 말을 귀담아 안 들을 때, 백인 애들이랑 엄청 수다떨 때 등. 내 영어가 문제라 그런 순간이 많겠지만, 그리고 변덕스러운 내가 언제 또 쎄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여튼 달리기 이후 더 친해졌다. :) 그래도 이렇게 진솔하고 유쾌한..

2023 2023.05.30

쉽게 볼 수 없는 데이터

오늘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맑아졌다. 내가 무얼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몇 마디 듣고 딱 저렇게 얘길 해주신 거다. 누군가는 그걸 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건 값진 일이라고.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관심있는 것과 아닌 것이 바로 저것으로 명료하게 구분이 되다니. 그리고 격려까지 받았다. 와, 연륜에서 나오는 엄청난 통찰과 따스함에 빠져버렸다. (내가 알던 분 맞아?) 잠깐 얘기하자고 불러내 주신 덕에 오늘 괜찮은 하루가 됐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나 시드니 못 떠나……

2023 2023.05.24

잘하지 않아도 꾸준하게

내 영원한 숙제다. 그렇다고 결과적으로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못하는데. 차라리 잘하면 좋으련만. 내 기분이 뭔가를 하기에 완벽하지 않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시작하지를 못한다. 아 정말 내가 내 뼈를 때리네ㅠ 그래서 남자도 잘 못 만난다ㅋㅋ 여튼 지금 하고픈 말은 글을 꾸준리 못 썼다는 것… 그냥 내 목표를 ‘쓸데없는 조각글’로 만들어 꾸준히 양산해야겠다. 아까는 씻다가 내가 편견을 잘 갖는 사람이란 걸 생각했다. 그것 역시도 내 ‘기분’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은 사람에게 갖는 마음. 그런 내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준 사람들이 있다. - (“난 부자인 남자는 내 취향이 아냐“라고 했을 때 야닉이 한 말) ”그들도 다른 사람이 모르는 엄청난 중압감과 고충이 있어” -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충격받지 않..

2023 202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