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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를 보고. 다이애나 디가모에게

winter_inspired 2017. 4. 29. 21:00

(아메리칸아이돌3 출연 당시 판타지아와 다이애나. 내가 사랑했다 ㅠㅠ)

루시는 등장부터 내 마음을 빼앗았다. 가장 밑바닥 인생의 여자에게서 나오는 애절함, 절망, 희망, 그리고 그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는 목소리, 가창력, 표정... 커튼콜 때 그녀에게 쏟아진 기립박수와 환호는 공연 내내 숨죽이던 모두가 나와 같았음을 증명했다.

1부를 마치고 인터미션. 나 루시한테 완전 반했다, 친구야 날 데려와줘서 고맙다 하고 배우 이름을 확인했는데. 설마, 설마. 아니겠지, 동명이인이겠지. 이미지가 완전 다른데. 그런데 웬걸, 공연이 끝나고 구입한 프로그램북을 지하철에서 보다가 난 잠깐 얼음이 되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았다. 그건 눈물핑 할만큼 감격스러웠고 벅찬 기분이었다. 난 지금 내 두 눈으로 그녀의 라이브를 보고 넋이 나갔다가 집에 가고 있는 거였다...

고등학교 때 나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빅팬이었다. 시즌3는 내게 특별했는데, Top3의 세 명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3위를 한 하와이 출신의 자스민, 2위의 금발소녀 다이애나 디가모, 그리고 온갖 역경을 딛고 우승을 거머쥔 판타지아 바리노까지. 다이애나의 Because you loved me, Don't cry out loud, I believe 라이브 영상의 맑고 따뜻한 목소리 듣는 일은 한동안의 일과이자 낙이었다. 빨리 야자 끝나고 영상보러 집에 가고 싶었으니. (아메리칸 아이돌이 반도의 한 수험생 스트레스 완화를 담당함.)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나서 다시 그 라이브를! 눈 앞에서! 본 것이다. 앳된 십대 소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컬 배우가 되어 한국 관객의 혼을 빼놓고 있었다. 그동안 안 찾아 본 것도 아닌데 이리 몰라보다니. 근데 너무 멋져진 모습에 왜 내가 눈물이 나죠.. 어린 다이애나 무대에 감동하던 고등학생의 나도 어떤 사람이 되었답니다... 이렇게 갑작스레 다시 만나게 됐는데 내 삶이 격려받는 기분. 그 목소리에 폭 빠져서 마냥 행복한 꿈을 꾸던 그때의 나는 아직 여기 있어요 ㅠㅠ

(다이애나 디가모 트위터 프로필 사진이자 지킬앤하이드 공식 프로모션 사진)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3 다이애나 디가모의 Don't cry out loud.

Remember you almost had it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