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스터리 배탈사건

winter_inspired 2020. 7. 21. 23:36

정말 폭풍 같은 요 며칠이었다. 시간은 빨리 가서 내심 좋은데 (그래도 할 일은 똑같잖아 ㅠㅠ)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닌 밤 중에 배탈 사건이다. 나와 내 친구가 (고맙게도 내 친구도!) 지목한 원인은 서터레스다. 그날 저녁 먹은 건 죽 한그릇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단지 내 내면의 우울감 때문이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이렇게 스트레스 받은 게 저엉말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복통은 너무 뜬금없고 갑자기 찾아왔다. 그 직전에 안 그래도 나는 서러워서 방에 누워 눈물을 훔치던 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간 화장실에서 몇분간의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정신줄을 부여잡고 거실에 나가서 쓰러졌다. 이렇게 쓰러진 건 몇년 전 손가락 마디에 주사맞은 뒤로 처음이었다.

가족들이 하얗게 질려 쓰러진 날 보고 난리가 났고 이후 나는 어찌저찌 안정을 찾았다. 급속도로 피로가 몰려와 기절하듯 쿨쿨 잤다.

그리고 다음 날... 놀랍게도 나는 몸 뿐 아니라 마음도 괜찮아졌다. 정말 회복이 불가할 줄 알았는데. (부모님... 정말 미안하지만 엄마아빠가 지난 2주간 작게라도 말하는 혐오의 단어는 정말 듣기가 힘들었습니다... 정말 미안하지만... 미안하지가 않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그 뒤로 엄마 아빠 나 아무도 ㅂㅇㅅ과 관련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배탈 사건 이후로 모두가 온순해졌다.

와 이건, 신의 뜻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 2주 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최근 들어 제일 간절하게 기도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욕하지 말라고 참지 못해 소리소리를 질렀던 나. 아픈 순간에는 그런 나에게 벌을 내리시나 생각했는데, 가뿐하게 회복한 기분을 주시려 이런 얼척 없는 복통을 주셨나 그런 생각까지 든다. 내 복통 이후에 모든 게 안정을 찾았다.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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