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The one who endures will be saved.

winter_inspired 2023. 6. 1. 05:44

(야무지게 제목에 마침표를 찍었다. 단호한 느낌으로)

오늘 달리기를 마치고 걸으면서 (사실 달리기의 하이라이트는 다 뛰고 걷는 이 시간인 것 같기도)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 봤다. 다른 사람에게 잘 나누기 어려운 얘기지만 종종 드는 생각인데 1. 내게서 문화적인 모든 경험과 관습을 빼어도 그 관계는 남아있을까. 2. 내게 신앙이라는 게 정신승리 이상인가.

나는 구원을 경험하고 싶었다. 마음이 어긋나 이루어지지 않은, 예상 가능한 시궁창의 마음. 어쩌면 난 물 밖으로 나오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물 속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익숙하고 지긋지긋한 행동을 반복하는 걸까. 일상을 웃으면서,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가는 척 해도, 어쩜 이렇게 사랑 받고 싶다는 마음에 하루 온종일 옴팡 지배를 받고 산다. 아닌 척 해도 난 그 생각 뿐이야. 지금은 내 전부인데 어찌 중하지 않은 일이겠어.

아무리 인생에서 추구하는 바가 있다 한들, 어쨌거나 남들에 비해 비루하지는 않았으면 싶다. 내 지혜와 꾀로 그렇게 살기엔 이미 틀렸다 싶다. 그저 세상 사는데 필요할 뿐이고, 상식적 인간의 조건일 뿐인 지혜와 꾀가 내겐 없다. 하나님은 어쩔 땐 인간이 지혜와 꾀를 이용하길 바라시는 것 같으면서도 줄곧 우습게 보신다.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걸 갖추라고 하실까? 그거 없이 살아 온 나를 격려하시며 필요없다고 하실까?

어설픈 지혜와 꾀로, 또 시궁창에서 스스로 구원하려고 용쓰는 게 모든 걸 망치는 거 같아 🥲 하나님이 내게 관심을 두고 계시다는 가느다란 희망을 붙들고, 구원이란 게 늘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확신을 간신히 붙잡고 기도를 한다. 그래, 지루한 시간이지만 지지고 볶고 견뎌볼테야. 아직도 무슨 일을 먼저 하면 되는 것인지 조금도 감이 오지 않지만, 나는 주님의 구원을 기대하겠어. 그냥 그런 단호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난 달리기 이후 걷는 시간을 좋아한다.

출근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