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아끼고 사랑하는 CBS 음악FM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을 처음 들었을 때가 아마 2009년 11월, 딱 이맘 때쯤(맙소사, 십주년!!). 1호선을 오래오래 타고 다니던 나는 아침엔 늘 비몽사몽 기절상태였다. 그 어느날도 그랬다. 주파수가 안 잡히는 지하철 안에서 라디오는 먹통이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귀에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딱 그 불과 몇초... 갑갑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너무 좋은 배경음악이 깔리니, 매일 보는 풍경이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다. 달랐다, 공기가 정말 달랐다! 게다가 코 시린 겨울 냄새가 얼굴에 훅. 여튼 나는 그 후 11월이면 종종 <그대아침>에 사연을 보낸다. 올해는 과연...? 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11월이 딱 이틀 남아서 넘 서운하다.
아무튼 간에, Ronan Keating의 [Winter Songs] 이 앨범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바로 그 시기에 용신님이 발매소식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그땐 종종 라디오를 MP3에 녹음하기도 했는데 마침 그때 이런 멘트를 녹음했었다: “앞서 들으신 곡은 보이존의 리드보컬 출신이죠. 로넌 키팅의 stay.” 그렇게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이 잘생기게 느끼한 보이존 로넌 키팅의 겨울 앨범을 듣게 되었다. 전부 리메이크곡인데, 트랙 하나하나 들으며 로넌 키팅은 평소 겨울!하면 이 노래들이 너무너무 생각나고 그립고 그래서 겨울 앨범에 실기로 한 걸까.. 상상해보면 즐겁다. 자칫 상남자 같은, 잘생기게 느끼한 아저씨의 여리고 섬세한 Irish soul 발라드(모르겠고 그냥 붙여봄)가 이젠 항상 내 겨울 플레이리스트에 고이 모셔져있다.
앨범 모든 곡이 다 좋다. 왜 겨울이 되면 항상 뭔가가 그립고 누군가가 보고싶고 생각나고 그러지 않나. 이 앨범 모든 곡은 그런 푸념으로 가득하다. 나는 특히 초겨울 추워지기 시작할 무렵, 겨울 공기 한번에 온갖 상념이 줄을 서는데, “when it’s cold, I get lonely. I can’t talk, I can’t walk, I can’t breath”(It’s only Christmas) 이 가사가 딱 떠오른다. 켈틱워먼 원곡의 Caledonia, 내 사랑 슈가랜드 원곡의 Stay, 첫 곡 Winter song 등등 다 좋다.
그리고! 오늘은 그 중에서도 왠지 I won’t last a day without you 이 노래에 꽂혔다. 원곡자는 카펜터즈이다. 로넌 키팅과 별개로 카펜터즈의 이 곡은 정말 마음을 녹인다. “When there’s no getting over that rainbow, when my smallest of dreams won’t come true. I can take all the madness that the world has to give but I won’t last a day without you.”(무지개를 끝내 넘을 수 없을지라도, 내 사소한 꿈 하나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세상이 주는 모든 풍파는 견딜 수 있지만, 네가 없이 난 하루도 지낼 수 없어.) 증말 스윗하지 않을 수가 없다. 로넌씨는 겨울에 이 노래가 생각났다 이 말이죠? 영리하군요.
'playlist mostly seaso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ronettes - be my baby (1963) (0) | 2018.11.30 |
---|---|
안드레아 보첼리&데이빗포스터 w/나탈리콜 - the christmas song (0) | 2018.11.30 |
song of love - the real group (0) | 2018.11.26 |
grown up christmas list의 작사가 린다 톰슨 (0) | 2018.11.22 |
2018년 4월의 몬트리올과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0) | 2018.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