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구원은 내가 쥔 가느다란 끈 같아

winter_inspired 2024. 2. 19. 02:13

놀라워. 옛날에 딱 한번 본 영화인데 일년에 몇번 씩은 꼭 곱씹는다. 이전에도 이 영화 포스팅했었는데 오늘은 또 그때와 비슷하고 다르다.

오늘 미사 중에 구원을 곰곰히 생각했다. 그것은 가느다란 끈과도 같았다. 내 삶에 영향도 없고 나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은데, 한편 나는 그 끈이 없는 삶이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아무 의미 없는 끈으로 보여도/여겨도 그게 근본에서 나온다는 확신이 있다는 게 이상하다.

평균의 삶이란 게 의미가 없지만서도, 또 지금 우리 주변은 지구상의 호사를 누리는 편일지라도. 아무튼 지금의 내 삶은 안정과 평온의 바깥에 있다. 불안함과 외로움을 지우기 위해 많은 방법이 추천된다. 사람을 만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어쨌건 공백을 채우는 일 말이다. 어떤 상황을 외면하기 위해 다른 걸로 대체하고 부지런히 공백을 채우는 건… 역시 완전한 해결은 아닐진대, 그게 인생의 과정/숙명은 맞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무슨 종교를 믿든, 믿지 않든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 다들 대단한 건 없이 그러고 샇아. 그치만 어기서 내가 쥔 끈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게 운명처럼 주어진 근본이 있다는 것과 결국 돌아갈 본향이 있다는 확신. 막상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왜 끝내 그 사실은 소중한 걸까? 아무튼 오늘 오프닝기도(정확한 명칭이 기억안남..)에 따르면 구원은 어느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확신의 순간 그 찰나가 아니라.

고로 내게 지금 필요한 게 구원이다. 꾸역꾸역 무가치하게 살아가는 이 시간, 공백을 채울 것도, 상황을 대체할 것도 없으니 처절한 내 결핍은 만져질듯 생생하다. 지나갈 시간인데 참 못난 채로 지나가는구나 :)

p.s. 사실은 최근 등반모임, ㄹ과의 연락으로 헛헛함과 행복을 왔다갔다하는 내 한심함이 불을 지핀 생각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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