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좋아진 이유는 세상에는 내가 알아가야 할 아름다움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매번 설레는 사실이다. 아주 정성들여 만들어져서 오랜 시간동안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주고 있다는 거, 이렇게 보장된 것이 인생에 몇이나 있을까. 나도 하나하나 공들여서 즐기고 싶다. 쉽게 긍정적으로 맘 먹어지지 않는 내게 이건 정말 즐거운 일. 마음 속 먹구름을 조금씩 몰아낸다. 이 시를 다시 꺼내 든 이유도 마찬가지. 내 인생을 “그대 눈 속의 이파리는 현실보다 환하다”는 단 하나의 말을 전하기 위해 쓰고 싶어질 정도이다. 나는 밝은 마음을 택할 것이다. 앞으로 발견해 갈 아름다움은 내 앞에 널려 있으니까.
공원길을 함께 걸었어요
나뭇잎의 색깔이 점점 엷어지면서
햇살이 우릴 쫓아왔죠
눈이 부시어 마주보았죠
이야기했죠
그대 눈 속의 이파리는 현실보다 환하다고
그댈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세상 모든 만물아 나 대신
이야기하렴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길은 끝나가고
문을 닫을 시간이 있죠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 노혜경, ‘고독에 관한 간략한 정의’ 중, 시집 <뜯어먹기 좋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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