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의 몬트리올과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4월의 몬트리올. 이른 시각, 발을 디디자마자 쾌청한 공기에 기분이 들떴다. 뉴욕 여행을 마치고 오니 여유롭고 깨끗한 몬트리올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숙소 체크인까지 기다린 한 카페에서 사람 좋은 이탈리아 사장님이 만들어주는 카푸치노와 애플 턴오버를 냠냠. 게스트하우스가 있던 올드포트는 내 기대보다 훨씬 예뻐서, 갑작스럽게 와 가지고는 이게 뭔 호사인가 싶을 정도였다. 다만 추웠다. 너무너무 너무!
책 한 페이지 넘기기도 버거웠던 뉴욕에 비해 몬트리올은 모든 여유로움이 가능하다. 게스트하우스 라운지에 앉아 커피 한잔 들고 <한나의 아이>를 읽었다. 많이 걷고 걷다가 다시 예쁜 올드포트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올 곳이 이렇게 예쁜 곳이라니. 엄청 느끼한 파스타를 몬트리올 콜라와 먹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그 느끼한 파스타를 그리워하고 있다.
몬트리올에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된 두 사건은 바로 '안나'와 '레너드 코헨'이다. 레너드 코헨은 몬트리올 출신 가수이고... 안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낸 독일 친구다. 독일인 안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진로를 정하기 전, 갭이어(gap year) 차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워킹홀리데이 중이었다. 순하디 순한 친구가 대범하고 멋지다. 진로에 대한 압박이 없진 않겠지만, 이른 나이에 저런 시간을 보내는 거 부럽다. (나도 카인드오브갭이어...) 안나와는 함께 노트르담 성당을 구경하고 몽루얄에 올랐다. 그로서리에서 같이 장을 본 뒤 팀 홀튼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쉬었다. 안나처럼 귀여웠던 시간.
그리고 레너드 코헨. 몬트리올 뮤지엄에서 레너드 코헨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내가 있던 시기가 전시의 막바지였다. 전시의 이름은 "A crack in everything". 레너드 코헨의 노래 <Anthem> 중 "There'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에서 따온 것이다.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다. 그래야 빛이 들어온다*) 내 몬트리올 여행의 화룡점정이었다. 전시는 여러가지로 특이했다. 어떤 전시실에는 여러 사람들의 <Hallellujah> 코러스 허밍으로 가득 차 있고 곳곳에 주렁주렁 달린 마이크를 잡고 누구나 이 집단 허밍에 자기 소리를 보탤 수 있다.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도 무슨 소릴 내고 있는 건지 마이크 하나 잡고 있는데 귀여워서 죽을 뻔.
어떤 전시실에는 젊은 뮤지션들이 부른 레너드 코헨의 커버곡들이 재생되고 있다. 그 중 Leif Vollebekk의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는 딱 몬트리올에 대한 내 정서가 되었다. 두고두고 그곳을 떠올리게 하는 그 노래. 몬트리올 출신의 레이프 볼레벡은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코드를 진행되는지 놀랍다고 했다. 뒤이어 기타 연주에 쓸쓸하게 이 노래를 얹는데 정말 반해버렸다.
그건 그렇고, 레너드 코헨의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를 간만에 듣는데 또 너무 좋다. 이 노랜 정말 그 추웠던 4월의 몬트리올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