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_inspired 2021. 1. 30. 21:54

힘들 때 노래를 듣지 않는다. 힘들 때 성경을 읽지 않듯. 노래도, 성경도 내 맘이 넉넉할 때만이 내 것이 된다. 현실의 문제 앞에선, 참 이상하게도 어떤 초월적 힘이 되게 쓸모 없게 느껴진다. 나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어떤 아름다운 것들에 마음을 기대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아무것도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땐 정신승리하는 걸 무의미하다고 느끼는가보다. 그런데 말이죠. 남들 다 좋아하는 이승윤에 나도 빠져버렸어. 오왕 너무 좋아. 자신의 음악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었음 좋겠다는 그의 말에 안심하고 그 노랫말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좋은 자린 전부 역사가 차지하고
우린 무덤 위에서만 숨을 쉴 수 있고
(관광지 사람들)

길을 걷다가 햇살이
자꾸만 나를 째려봐서
나도 같이 노려보다가
눈물이 핑하고 돌았네
(정말 다행이군)

신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신이 말하길
난 이름이 없어
(무명성 지구인)

빛 속에서 찾지 못했던 따스함을
난 빗속에서 눈물 흘릴 때 찾곤 해
(빗속에서)

밤 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 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웅큼 집어들래
(달이 참 예쁘다고)

내 낡은 하루들과 내 낡은 바람들과
내 낡은 이야기를 너와 새롭게 쓰고 싶어
(새롭게 쓰고 싶어)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구겨진 하루를)

새야 조그만 새야 너는 왜 날지 않아
아마 아침이 오면 나도, 나도 그래
(새벽이 빌려 준 마음)

표정과 말투 하나까지 이유가 있을 걸
잠꼬대와 죽음까지 모두 상징일 거야
(영웅 수집가)

(이승윤의 더벅머리는 바꾸지 말아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