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타인을 사랑해

한국에 온 스리네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도 우연히, 마음으로 애정하는 사람들을 타국에서 만났단 사실이 감격스럽다. 서로에 대한 투명한(?) 호의가 감사해… 계산하지 않는 관계의 소중함이란. 오늘 그 아들래미 크리스가 생일인데,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노티드 도넛을 너무 맛 보여주고 싶어서, 사서 명동에 있는 호텔 프론트에 맡기기 위해 회의 끝나자마자 명동점으로 달려갔건만… 명동점이 없어졌다. 아쉬운 대로 근처에서 비건 도넛을 사서 호텔 프론트에 맡기려는데, 방금 체크인을 했다는 것! 그렇게 스리를 만나 도넛을 전해줬다.
난 가끔 주는 행위가 나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사실은 나의 만족이면서 누군가를 위한 척 하기 쉬운… 그런 교묘한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근데 요며칠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면서, 그토록 타인을 위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건 노력과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의/나의 기본값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타인을 위하고 사랑하는 일에 마음이 이끌리는 존재라는 것을.
내 친구들을 보며, 그들이 내게 얼마나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언제나 몇 없는 내 친구들이랑 함께 하고 싶다. 빨리 만나서 준비한 선물을 주고 싶다!
리차드에게 줄 선물을 고르던 내 마음은 얼마나 기뻤는지! 그 기쁨이 얼마나 순전한가에 대해 생각한다. 막상 만나서 서운한 거야 있었지만, 내가 선물을 준비한 건 무언가를 원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기쁨을 상상하는 게 나의 기쁨이 된다고, 어떻게 그게 나를 위한 거라고 단정할 수가 있을까?
나에 대한 검열은 그만해도 돼. 이기적임에도 충분히 타인을 사랑해. 그건 또한 나야.
이 생각은 지난 두 번의 여의도와 한 번의 광화문, 28시간의 남태령, 한강 작가가 매듭지어 준 것이다. 남태령에 함께 있지 못한 무거운 마음은 전장연과 함께 하며 포기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