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윤종신이 짓고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

winter_inspired 2022. 6. 21. 23:38

호주 자취방에서 갑자기 오열을 한 기록을 남긴다. (ㄴr는...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다름 아닌, 정말 생뚱 맞게도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을 듣다가.

그리고 이 곡을 쓴 윤종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참 생각했다.

먼저 가장 놀라운 게 이 노랠 들으면서 이입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거다. 윤종신이 정인과 조정치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는데, 많은 훌륭한 노래들이 그렇듯이 노래의 그릇이 크다. 그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인이 2018년 평양 공연에서 이 노랠 불렀기 때문인데. 이 사실은 언제나 내 울음 버튼이 될 것이다. 4년 뒤에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들으니 정말 눈물을 멈출 수 없더라.

조금 평화가 찾아오고 있나? 생각하던 순간에 이 노래가 주던 울림이 컸는데, 다시 가시밭길이 시작됐구나 싶으니 노랫말이 또 이렇게 묵직할 수가 없네. 뭘 그리 당황혀, 늘상 있는 오르막인디. 껄껄. 하는 듯한 말이 위로가 돼. 마냥 이렇게, 이쪽으로 쭉 걷는 거여. 원래 그런겨.

요즘 자주 숨이 턱턱 막히는데 숨이 찬다는 사실에만 매몰되지 않으리. 이 노래는 나 자신이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잘 견뎌내라는 격려도 되면서, 힘든 시기를 지나 온 우리 가족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이면서, 다시 어둠의 날들이 시작된 우리나라에게 지치지 말고 힘내!라고 외치는 응원 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과 북에 가족을 두고 모진 세월 눈에, 가슴에 응어리 진 그리움을 갖고 산 선량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가 되어주는 것 같아 정말... 지금 또 눈물샘이 폭발했다. 보통 우리는 정부 간의 관계로 남과 북의 관계를 정의하지만, 좀 더 넓은 차원에서는 그렇지가 않잖아. '철마는 달리고 싶'듯이, '남'과 '북'은 늘 서로를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있을텐데. 

마지막으로 이 노래가 놀라운 건 언제나 걷다 보면 오르막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마다 생각나지. 예로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난이 유익"이라 하였고, 원래부터 세상은 고통이기에 믿음과 사랑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노래는 정말 영적이기까지. 호주에서 슬픈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나야, 예수님 기억하면서 씩씩하게 잘 지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