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자연인
엄마가 어느 날부터 자연인을 즐겨보시기 시작했다. 난 보통은 흥미 없어 하는데 지난 주 방송은 달랐다. 7살에 어머니를, 그보다 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작은 집에서 자란 자연인. 10대에는 형들이 돌아가시는 비극도. 그렇게 가난하지만 바다로 산으로, 굴 캐 먹고, 칡 캐먹으며 자라, 상경한다. 대우빌딩 공사장 인부로 일당 몇백원 받으며 일하고, 이후 운전 실력으로 1등을 해 63빌딩 주차 관리인으로 13년을 근무하셨다고. 어느날은 한 국회의원이 정문에 떡 주차를 해놨길래, 다른 데 데라고 했다 뺨을 맞으셨다. 귀퉁이에서 울고 비참한 시절을 보냈지만, 식당일, 공장일 하며 쉬지 않고 함께 일한 아내와 함께 아파트도 장만한다. 이제 살만한가 하는 때, 아내는 감기가 폐렴이 되어 1년을 병원에서 앓다 돌아가신다. 행복한 삶을 꾸리려 장만한 아파트는 고스란히 병원비로. 8년을 매일 술로 보내던 자연인은 시골로,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아 이렇게 기구한 삶이라니… 싶은데. 인상적인 게 이 자연인이 너무나 착하시단 거다. 본인이 머리가 없어(ㅋㅋ) 모자가 많다며, MC 이승윤에게 하나 주고 싶다고 고르라는데, 이승윤씨 머리가 커서(ㅋㅋ) 맞는 게 없으니 본인이 되려 미안하다고 하시며 웃는다. 마당에 강아지집은 답답하지 않게 유리문을 붙이고, 연신 “승윤씨 맛있는 거 해드려야지”, 급기야 ‘예쁘게’ 빗자루 만들어주신다며 하나 뚝딱 만들어 선물을 하고. 아 왜 어떤 사람은 시련을 겪고도 모질지 않고, 비참했어도 자기가 가진 걸 자랑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어할까,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할까 하는 인간의 능력이란 게 새삼 대단해서 오래 기억할 것 같은 회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