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부터 현재의 나까지, 연말과 신년의 소회

1월 2일, 삿포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책을 읽다, 음악을 듣다 펑펑 울었다.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해도, 내 마음은 리차드를 안 보고 오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 달려간 거였는데, 어쩌면 같이 보낸 시간 덕분에 크게 힘들지 않게 마음을 정리하게 되었나보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아직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동안 리차드에 대한 내 마음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1년 간 그게 그렇게나 어려웠는데. 역시 만나고 오길 잘했다. 아무튼 내가 듣던 노래는 그 아이에게서 꼭 듣고 싶던 말이었고, 나름의 작별 의식을 한 것 같다. 공항에 내려 집에 가는 동안에도 훔치던 눈물이 집에 돌아와서 딱 그쳤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직은 슬프지 않아.
나는 아마 캐나다에 갈 것 같다. 아마 오타루에서 나는 그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아직도 내 결심이 맞는지 확신은 없다만 나는 아마도 갈 것 같다. 나는 아직 내 지평을 넓히는 일에 관심이 많고, 현재 그걸 뛰어넘는 관심이 내게 없다. 리차드는 (비록 뒷걸음질 치다가) 내게 그걸 가르쳐 준 사람 중 하나였다. 지난 일년 반 내내 그 사람이 내게 중요했던 건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나와 진전을 할 생각은 없었고, 그와의 인연은 여기까지고. 나는 그저 새롭게 알게 된 나에 충실할 뿐이다.
대의명분보다 이끌리며 사는 삶을 살고 있다. 불안한가? 그렇다. 그치만 잘할 거란 믿음도, 인도해주실 거란 믿음도, 또한 지금까지 인도하심 속에 살아왔다는 확신이 있다. 엄마는 그 힘든 인생 속에서도 나의 생각을 지지해 주신다. 현재는 아주 소중한 친구 몇 명만이 내 주변에 남아있다. 내가 미련을 가질 만한 것은 딱히 없으며, 지금은 이 땅을 떠나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