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리키

크리스마스인 어제. 엄마 아빠와 <미안해요, 리키>를 보러 갔다. 다 보고 나서 “왜 맨날 이런 영화를 보여주고 이렇게 사람을 울적하게 만드느냐”고 한소리 들음. 켄 로치 감독 + 폴 래버티 작가의 신작을 가족과 함께. (가족영화다)
최근 영국 선거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에 크게 졌다. 조금의 희망을 남기지 않은 결말에 막막해, 어쩔 수 없이 영화와 현실이 겹친다. 이 결말은 현실이 바뀌지 않았을 뿐더러 더 처참해졌다는 절규가 느껴진다. 은퇴작이 될 줄 알았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후 3년, 켄 로치는 영국의 노동자에 대해 아직 할말이 더 남았다. 늙지 않는 사회주의자, 아니 오히려 감각에 있어서는 더 젊어지고 있는 켄 로치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난다. 세월이 지나도 시선은 여전히 따뜻한데, 메시지는 더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그 좋은 희망을 얘기하기에 지금은 좀 바쁘다는 조급함, 절박함이 보인다.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 켄 로치의 영화에서 소외되지 않는지 아이의 심리, 이웃들의 평범한 선량함, 하물며 지나가는 행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이런 작은 묘사들이 늘 놀랍다. 그렇다고 다들 희망을 잃고 무력한가, 절대 그렇다 말하고 싶지 않아 최근 켄 로치를 포함한 예술인들이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빈에게 쓴 공개 편지를 번역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선거 패배 후의 제레미 코빈의 칼럼에서도 그렇고 이 메시지에서도 이들이 믿는 가치에 대한 패기가 엿보인다. 내가 아는 건 없지만 최근 선거 결과로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방향성과 가치가 잘못되지 않았단 견고한 확신 때문일 것이다.
***
노동당 제레미 코빈 대표께
예술가와 작가로서, 당신이 제2차 대전 이후 결코 본 적 없는 수준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의 인간성, 용기, 통찰력은 사회주의 활동가의 새 세대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많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대표로서 우리는 당신으로 인해 미래를 향한 영감과 힘을 받았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도발의 얼굴을 한 언론은 악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품위와 명징함을 잃지 않은 당신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는 결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신실한 당신의 친구들
(이름 생략. 원문은 아래 링크)
https://dorseteye.com/letter-to-jeremy-corbyn-from-ken-loach-brian-eno-and-o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