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감상문

[내맘대로 감상] 이승윤 — 없을 걸 (2011) +어린이날 스페셜

winter_inspired 2021. 5. 4. 18:28

흡사 노래하는 외인구단을 꾸려서 다함께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는 노랫말을 듣다 보면 성장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이다. 이승윤 특유의 여러가지 소리들과 쉴새없는 (신난) 코러스 소리가 어우러져 더더욱 그렇다. 노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초대된다. 소리치는 자, 더듬거리는 자, 박자를 놓친 자, 삑소리를 내는 자... 이 환대의 공간에서는 누구도 위축되지 않고 마음껏 노래할 수 있다. 구분된 작은 공간에서 서로 용기를 북돋우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문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조그만 공간을 꽉 채우던 소리는 광대한 세상에서 “턱없이 희미하고 작았”다. 현실의 쓴 맛을 본 외인구단. 하지만 이들은 거대한 세상이 요구하는 노래를 거부한다. 설령 “들어주는 이 하나 없고”, 바보처럼 본다 해도 굳이 자신들의 방식을 굽힐 생각은 없다. 보잘 것 없으면 자기 존재를 숨기고, 자기 삶을 당당하게 맞서지 못하게 하는 규율은 이미 그들을 좌우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을 지배하는 건 “네 목소린 세상 유일한 것”이라는 믿음이다.

내게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한 줄은 “불협화음도 괜찮으니까 불편해도 좀만 참아”이다. 노래하는 사람으로 비유했지만, 이 노래는 사실 같아지길 강요하고, 다양함을 억압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곡이다(아님..). 나와 다른 타인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대면할 때, 불편함을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 나는 항상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뒤늦게 알게 된 가수의 노래들을 역추적해 보는 기쁨 :-) 이승윤의 2011년 대학가요제 출전곡을 이렇게 손쉽게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아 이 노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30대가 된 이승윤의 최근 노래들과 정서는 거의 똑같은데 마냥 패기 어리고 티없이 맑으니 정말 소중하다.

(덧)

유명한 어린이 가스펠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Jesus loves the little children, all the children of the world. Red and(brown-나중에 추가됨) yellow, black and white, they are precious in His sight. Jesus loves the little children of the world.” 이 노래 가사를 쓰신 Clarence Herbert Woolston (1856-1927) 목사께,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린이날을 맞아 사랑을 전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