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괜찮아 가을이야 사랑해

winter_inspired 2024. 10. 19. 12:38

1호선만 한시간 이십일분, 통학시간 왕복 네 시간이던 대학 때 나는 곧잘 중간에 내렸다. 딱 허리춤 오는 시청에서 내리면 돌담길을 걸어 중학교 때 처음 심야영화를 본 극장이 있던 경향신문사 건물을 찍고 돌아와 다시 지하철을 탔다. 종착역까지 멀지 않은 송내역에서 내리면 투나에 가서 옷 구경을 하고 고등학교 추억에 잠겨 역 주변을 걷다가 서점을 들르고 이제는 가지 않는 베스킨라빈스에서 카라멜 아이스크림을 콘으로 사먹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나는 그때 아무도 안 듣던 컨트리 음악을 들었다. 마음 속에는 늘 그리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갈색 펌프스가 갖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불안했지만 지금보다는 내일이 기대가 되었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있고자 늘 무언가를 찾아다녔던. 그건 특히 가을이었다, 확실히.